누군가의 정체성을 한 가지로 규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는 누군가의 아들인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의 남편이며, 예술가지만 교육자로 일상을 살아가는 박세준 작가도 마찬가지다.
종로구 평창동 아트스페이스 퀄리아에서 23일까지 열리는 박세준의 개인전 제목은 그래서 ‘밤, 파도, 데이터’이다. 무의식을 더듬은 꿈, 삶 속 정서의 흐름, 대중문화와 미디어가 둘러싼 일상의 단면들이 상징적이면서 은유적으로 작품 속에 자리 잡았다.
같은 둥지에 앉아 있으나 부리부리한 눈으로 각기 다른 곳을 응시하는 새들의 모습을 그린 ‘새들의 둥지’는 다층적 자아를 가진 현대인의 초상처럼 보인다. 초현실주의적 분위기의 ‘우글거리는 언덕’은 꿈 속을 부유하는 듯 신비로우면서도 냉정과 열정이 공존한다. 무의식과 일상, 미디어를 오가는 우리 시대의 풍경화다.
작가는 “일상에서 오가는 꿈, 정서의 흐름, 미디어라는 세 가지 의식의 층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라며 “이 같은 의식의 층위 탐구와 표현을 통해 이미지나 관념의 수동적 소비에서 벗어나고 우리 자신을 종종 짓누르는 부정적인 감정들로부터 스스로의 균형을 회복할 내면의 공간을 구축하고자 시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