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펠로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면담 후에도 북한의 비핵화 신호가 없다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서경펠로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제대로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시료 채취 등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을 약속해야 하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할지 의문”이라며 “북한이 양보를 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 선전을 위해 북한이 주장하는 핵 동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조건을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과 ‘북한 비핵화 협상 회의론’ 등 국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핵 동결과 단계적 비핵화를 제안하면서 평화협정과 한미동맹·핵우산 중단을 대가로 요구할 경우 ‘쇼맨’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고 승리를 선언할 유혹을 받을 수 있다”며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서경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영변 핵시설과 ICBM 폐기는 미래 핵만 포기하고 만들어놓은 핵은 유지하겠다는 뜻”이라며 “운전면허시험장을 이용해 운전하는 법을 이미 배웠는데 시험장을 폐쇄한다고 운전하는 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제재 완화를 해주면 비핵화는 물 건너간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직 외교장관들도 북한의 핵 보유 용인 방식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은 한미클럽(회장 이강덕)이 발간하는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 창간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는 미국에서 북한의 핵을 관리해 나가고자 하는 얘기가 크게 나오고 있지 않지만 정체 상황이 오래갈 경우 미국 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관리해나가는 방향에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