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실패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이고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지난 2009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실패 콘퍼런스’가 처음 개최됐고 지금은 텔아비브·바르셀로나·벵갈루루·툴루즈 등 8개 도시로 확산됐다. 스웨덴 헬싱보리와 미국 할리우드에는 ‘실패 박물관’이 있다. 핀란드에서는 매년 10월13일 ‘실패의 날’ 행사가 열린다. 독일의 BMW에서는 ‘이달의 가장 창의적인 실수’를 포상하고 세계적인 게임회사 슈퍼셀은 ‘실패 축하파티’를 수시로 개최한다. 이처럼 혁신적인 국가와 도시·기업일수록 실패를 드러내고 축하하는 것은 누구나 좋아할 리 없는 실패의 잠재적 가치가 성공의 가치만큼 크기 때문이다.


실패의 가치는 나라마다 다르다. 실패의 가치를 국가별로 비교해본다면 한국이 꼴찌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실패하면 낙오자로 인식되는 낙인효과가 컸다. 그로 인해 창업과 도전을 꺼려 했다. 대학생 창업률은 미국의 절반, 중국의 4분의1 수준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기청이 2010년부터 재기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행정안전부 공동으로 ‘실패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창업생태계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패는 아직 제값을 못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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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실패의 가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공중그네를 타는 피에로의 아슬아슬한 묘기는 바닥의 넉넉한 안전망 덕분에 가능하다. 이처럼 해주면 된다. 실패 후의 파산과 신용회복 절차가 더 빨라져야 한다. 사회안전망은 더 촘촘하고 튼튼해져야 한다. 성공에 따른 보상이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커야 한다. 성공 후 칭찬의 박수만큼 실패 후 격려의 박수도 크고 따듯해야 한다. 젊은 청년들과 대학생들에게 준비된 창업의 중요성과 방법을 알려주고 몸소 익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창의적인 기술과 비즈니스모델만 있으면 쉽게 투자받을 수 있도록 기술평가와 기술금융이 더 발달해야 한다. 투자금의 회수도 더 쉽도록 벤처 인수합병(M&A)은 더욱 활성화돼야 하고 코스닥과 코넥스의 진입 장벽은 더 낮아져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SKY 캐슬’이 아니라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체질을 튼튼하게 해주는 ‘벤처캐슬’이 히트작으로 널리 회자됐으면 좋겠다.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실패가 없으면 성공도 없다. 따라서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몰랐던 약점을 알게 해주고 결국 더 큰 성공으로 안내해준다. 기회형 창업이 활발한 판교·대전 등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실패 콘퍼런스’를 개최하면 좋겠다. 내년 총선에서 실패의 가치를 높이는 혁신적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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