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세운 3구역과 수표지구 등 도심 일대 재개발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가 최근 철거 논란이 불거진 을지면옥, 양미옥 등 세운상가 일대 오래된 가게(老鋪)의 강제 철거를 금지하고, 공구상가가 밀집한 ‘수표도시환경정비지구’에 대해서는 종합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23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이 일대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4년 수립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 계획이 ‘역사도심기본계획’ 상의 생활유산을 반영하지 못한 채 추진됐다고 판단하고 이제라도 이를 정비계획에 반영해 보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세운3구역 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 양미옥 등은 중구청과 협력해 강제로 철거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공구상가가 밀집한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은 종합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업추진 진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구역은 지난해 12월 중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서울시는 또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수표구역 내 보전할 곳과 정비할 곳에 대한 원칙을 정해 실태 조사할 예정이다. 소유주, 상인,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만든 뒤 협의를 거쳐 올해 말까지 세운상가를 포함한 도심전통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중구 인쇄업, 가구·조명상가, 종로 귀금속, 동대문 의류상가·문방구 등 일대 도심제조 및 유통산업 육성방안이 종합대책에 담긴다. 영세 전통 상인을 위해서는 공공 임대상가를 조성해 상인에게 제공하는 ‘공구혁신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는 1979년부터 세운상가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2009년에는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주변 8개 구역 대규모 통합개발을 골자로 한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사업추진과정에서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전면 철거식 통합개발에 따른 비판이 불거지자 2014년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했다. 기존 8개 구역을 171개 구역으로 세분화하고 세운상가군은 존치하고 주변의 옛 물길과 가로 등은 보존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올해 공구상이 밀집한 3-1·4·5 구역 철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최근 을지면옥과 안성집 등 유명 맛집도 철거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수립한 역사도심기본계획에서 생활유산을 정리했으나 재정비촉진계획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생활유산과 도심전통산업을 이어가는 산업 생태계를 최대한 보전하고 활성화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 삶과 역사 속에 함께해온 소중한 생활유산은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