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직접투자에 이어 간접투자인 펀드시장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안전자산 격인 채권형 펀드에만 집중 베팅하고 수익률이 높은 삼성그룹 펀드와 레버리지 펀드는 오히려 매도하는 등 새해 증시 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개인들은 공매도가 많은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가 역시 손실을 보고 있다.
2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1일 기준 국내 공모 펀드시장에 상장된 전체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11%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3.57%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난다. 올해 들어 21일까지 코스피지수가 4.1% 오르는 등 연초 증시가 반등하면서 주식형 펀드가 대부분 양호한 수익을 거뒀다. 반면 채권형 펀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과 글로벌 경제 불황 우려에 수익률 상승 모멘텀이 새해 들어 꺾이는 모습이다.
문제는 개인들이 올 들어 채권형 펀드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청개구리 베팅을 했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 중심인 공모 펀드시장에서 21일까지 국내 채권형 펀드로 8,654억원이 몰렸다. 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1조원 가까운 돈이 투자된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유입액(3,099억원)보다 세 배가량 많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증시 하락세가 심해지자 개인들이 새해 펀드 투자 전략을 주식에서 채권 중심으로 전환한 것 같다”며 “연초 주가 상승의 혜택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은 실패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공모 채권형 펀드 중 21일 기준 올해 성적이 가장 좋은 ‘흥국퇴직연금멀티증권자투자신탁’의 수익률은 0.24%에 불과했다.
그나마 개인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주식형 펀드의 성과도 미미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공모 펀드시장에서 올 들어 21일까지 금융펀드로 735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는 전체 39개 테마 펀드 중 상장지수펀드(ETF)와 퇴직연금 펀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유입액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2.84%로 테마 펀드 가운데 하위권이다. 개인들이 채권형 펀드와 함께 역시 안전자산 격인 금융펀드에 베팅을 했지만 연초 상승장에서 주요 금융주들이 배제되면서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반대로 연초 효과를 누리고 있는 삼성그룹 펀드와 레버리지 펀드 등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21일 기준 공모 펀드시장에서 레버리지 펀드와 삼성그룹 펀드는 올 들어 각각 2,433억원, 220억원이 순유출됐다. 두 펀드가 최근 증시 반등에 힘입어 연간 수익률이 각각 5.75%, 3.97%로 준수했음을 고려하면 매도 타이밍이 빨랐다는 지적이다.
개인들의 투자가 연이어 빗나가면서 자금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개인들은 올해 증시에서 21일 기준 셀트리온(068270)(1,738억원)과 삼성전기(009150)(1,505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는데 두 종목은 외국인·기관들의 공매도가 집중되며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11%,-6%로 저조하다. 21일까지 개인들의 올해 유가증권시장 순매도도 1조3,410억원으로 점점 늘어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