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국정연설 결국 연기....펠로시 완강한 벽에 굴복

"하원회의장 못내줘" 제동에

트럼프 "셧다운 끝나면 할것"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답장 서한. /AP연합뉴스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답장 서한. /AP연합뉴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의 와중에도 오는 29일 새해 국정연설을 강행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숙적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의 완강한 벽에 부딪혀 결국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저녁 트위터를 통해 “하원의 역사와 전통·중요성과 견줄 만한 곳은 없다”며 “셧다운이 끝나면 국정연설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이날 펠로시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29일 하원회의장에서 상하원 의원 및 각료들이 모인 가운데 국정연설을 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한 바 있다. 펠로시 의장이 지난 16일 셧다운을 이유로 국정연설을 연기하거나 서면 대체할 것을 요구했지만 “안전과 경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29일 국정연설로 헌법적 의무를 이행할 테니 하원회의장에서 보기를 고대한다”고 밝혀 뜻을 꺾지 않았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백악관에 보낸 답장에서 “정부의 문이 다시 열리면 국정연설을 위해 쌍방이 동의할 수 있는 날에 당신을 다시 맞이하기를 고대한다”며 정중하지만 단호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펠로시 의장이 의사봉을 쥔 만큼 그의 동의 없이는 대통령 국정연설이 매년 열렸던 하원회의장에서 진행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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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국정연설을 가로막고 나서자 그를 향해 “진실을 듣기를 원하지 않고 극좌 민주당 인사들만 두려워한다”며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이 나라에 큰 오점이자 정말로 큰 흠집”이라고 비난했다. 백악관은 이어 국정연설 장소를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회의장으로 바꾸거나 아예 워싱턴DC가 아닌 주의회 의사당에서 하는 대안들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은 전통적으로 의회의 초청 결의 하에 상하원 합동연설 형식으로 하원에서 진행돼온 국정연설이 무산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결국 연기 결정을 내렸다. 셧다운이 한 달을 넘기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추락하는데 새해 국정연설마저 제대로 격식을 갖추지 못한 채 진행하면 여론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펠로시 의장이 나에게 추후(a later date) 국정연설을 하라고 제안했다. 이는 그의 특권”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이어 그는 “위대한 국정연설을 가까운 미래에 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한 주간의 대결을 벌인 끝에 굴복했다”고 전했다.

미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연기하는 것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로 국정연설을 연기한 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번처럼 의회의 국정연설 초대 자체가 취소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AP는 보도했다.

한편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8∼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지지한다는 응답은 40%에 그쳤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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