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라는 김상호 연출의 전략이 통했다. 23일 첫 방송된 ‘봄이 오나 봄’이 이유리와 엄지원의 ‘영혼 체인지’를 통해 익숙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날 방송에서 이기적인 방송기자 김보미(이유리)와 가족에 헌신적인 전직 배우 이봄(엄지원)의 캐릭터는 극과 극이었다. 마주칠 때마다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이들의 관계는 ‘영혼 체인지’ 지후 재미를 두배로 끌어올리며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과정은 과거의 설정을 답습하는 듯 했으나 유쾌하게 풀어냈다. 허봄삼(안세하)이 짝사랑하는 김보미를 빨리 늙게 만들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고자 하는 과정, 이를 위해 달리기 대회에서 몸이 뒤바뀌는 음료를 이봄과 김보미에게 전달하는 과정은 진부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다만 김보미와 이봄을 둘러싼 남성들의 캐릭터는 기존 드라마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봄의 남편 박윤철(최병모)는 뒤에서 그녀의 비서와 바람을 피우는 ‘복수 당해야 할’ 사람이었다. 까칠하지만 올바른 기자 이형석(이종혁)은 이기적인 김보미와 초반부터 대립각을 세워 향후 러브라인을 예상케 했다.
김보미와 이봄은 두 번 마주쳤다. 장학퀴즈 녹화를 위해 방송국에서 마주친 가운데 김보미는 이봄의 비서 최서진(손은서)에게 짝퉁 명품백으로 놀림을 받았고, 이에 분노한 김보미는 장학퀴즈에 도전장을 냈으나 어이없게 마지막 문제에서 이봄에 선수를 빼앗기면서 패하고 말았다.
이어 달리기 대회에 참가한 두 사람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다 얼떨결에 허봄삼이 건넨 음료를 마시게 됐다. 속이 더부룩해진 이들은 같은 화장실을 찾았고, 이 안에서 ‘영혼 체인지’가 이뤄졌다.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된 이들은 서로 따귀도 때려보고 소리도 질러봤으나 결국 믿을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당장 김보미의 뉴스 앵커 데뷔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 김보미는 자신의 몸에 있는 이봄에게 옷을 갈아입히고 연기라고 억지로 최면을 걸며 뉴스 현장으로 올려보냈다.
서로의 몸이 뒤바뀐 설정으로 국내에서 처음 주목받은 영화 ‘체인지’(1997)가 개봉한지 무려 22년이 흐를 동안 ‘영혼 체인지’ 콘셉트의 작품은 수도 없이 쏟아졌다.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임에도 지난 9일 개봉해 17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영화 ‘내안의 그놈’과 같이 유쾌하게 풀어내면 시청자와 관객들은 호응해왔다.
‘봄이 오나 봄’의 출발은 극과 극의 성격을 지닌 두 여성의 대조적인 상황에서 주는 재미, 연기력으로는 이미 확실하게 인정받은 이유리와 엄지원의 깔끔한 연기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시청률은 선두 SBS ‘황후의 품격’(14.4%/닐슨코리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2.2%에 그쳤으나 최근 ‘SKY캐슬’의 사례처럼 눈부신 역주행의 가능성도 있다.
내가 최우선이라는 젊은 앵커와 가족이 가장 우선이라는 착한 전직배우의 ‘영혼 체인지’가 궤도에 오르면 어떤 에피소드를 쏟아낼지 본격적인 전개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