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노인연령 기준조정 사회적 논의 시작하자

정부가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운을 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4일 저출산위원회 워크숍 기조연설에서 “노인 연령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할지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노인 연령을 높이는 논의를 마냥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도 일찍이 2017년 8월 기준 연령의 상향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다는 점에서 정부의 공식적인 언급을 환영한다.


현재 65세인 노인 기준 조정 문제는 매우 민감한 이슈다. 노인 기준을 바꾸면 당장 만 65세 이상부터 받는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지급 연령도 함께 늦춰야 한다. 정년연장 문제도 있다. 그동안 기준 상향에 대한 제안이 계속 나왔지만 군불만 때는 수준에 그치고 논의가 진전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재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파른 고령화 속도를 생각하면 손 놓고 있기도 힘든 상황이다. 평균 수명은 80세를 넘었고 불과 6~7년 뒤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그때 대책을 만들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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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이미 감소하는 실정에서 노인 연령 상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시간 문제일 뿐 언젠가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얘기다. 기대효과도 크다. 만약 기준을 70세로 높이면 2040년 기준 노인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노인인구 비율)가 59.2명에서 38.9명으로 줄어드는 등 미래세대의 부양 부담과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 사회적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2017년 복지부 노인실태 조사에서는 70세부터 노인이라는 답변이 86.3%에 달했다. 대한노인회조차 65세인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자는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연령 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빨라지는 고령화 추세를 생각하면 지금도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전문가뿐 아니라 국민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야겠지만 굳이 70세로 일괄 조정하기보다 2~4년마다 1~2세 정도씩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급격한 연령 상향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노출될 빈곤 노인층에 대한 지원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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