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면 올 한 해와 미래를 미리 예측해보는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책들이 다가올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지는 못하겠지만 큰 흐름을 파악하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미리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는 책이다. ‘사피엔스’라는 저서로 인류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던 유발 하라리가 쓴 책이다. 사피엔스가 인류의 과거를 개관했다면 이 책은 과거를 기반으로 향후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들이 담겨 있다.
그는 생명기술과 정보기술(IT)이 발달함에 따라 미래가 급변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기술의 발달에 있어 데이터가 핵심자산이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소유하게 될 소수에 의해 디지털 독재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다소 비관적으로 비칠 수 있는 미래상이 담겨 있지만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충분히 의미 있는 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미래를 예측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 이러한 통찰들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1999년 빌 게이츠는 그의 저서 ‘비지니스@생각의 속도’에서 열다섯 가지 기술의 등장을 예측한 바 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이 기술들은 스마트폰·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사물인터넷(loT)과 같은 기술들로 현실화돼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들어 있다. 또한 레이 커즈와일 구글의 미래학자는 오는 2045년을 전후로 지능 면에서 기계와 인간 사이의 구별이 사라지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승리를 거두기 10년도 전인 2005년에 이러한 예측을 내놓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통찰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과학기술은 무엇을 위해 발전하고 있으며 과학기술 분야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까.
하라리, 게이츠, 커즈와일이 제시하는 통찰의 공통점은 사회를 변화시킬 핵심요인으로 과학기술을 꼽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를 결정하고 과학기술로 그것을 실현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전략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방향과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있어 한 개인의 통찰에 의지하기보다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공감하며 합의점을 도출해나가야 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올해 주안점을 두고 추진해나갈 계획은 과학기술 정책 수립의 싱크탱크로서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전략 수립 체계를 구축하고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전략을 기획해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기관들이 함께 관심 가지고 있는 주제, 관심 가져야 할 주제에 대해 연구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심층적으로 이슈를 들여다보고 선제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 전략을 수립하게 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미래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계획하는 일이기도 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2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혁신성장의 엔진이 될 과학기술에 대해 발전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에 따른 계획들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
미래를 먼저 만나보는 곳으로 유명한 미국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올해 큰 주목을 받았다. 과거에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는 오늘이다. 출연연과 함께 혁신을 거듭하고 전략적으로 미래에 투자해나간다면 우리 출연연이 세계를 선도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