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명분도 실익도 없는 '에너지공대 설립'

한국전력 주도로 설립되는 한전공대의 입지로 전남 나주가 선정됐다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28일 밝혔다. 한전공대는 작지만 강한 포항공대를 벤처마킹한 것으로 에너지 분야의 초일류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전이 지난해 공개한 중간보고서를 보면 한전공대는 재학생 전원에게 학비와 기숙사비를 무료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노벨상 수상자급 총장을 초빙하고 최고 수준의 교수진을 확보할 계획이다. 총장과 교수진의 대우도 파격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학 설립의 타당성은 물론이고 재원조달과 교수진 확보에 이르기까지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탈원전정책을 펴는 현 정부가 에너지공대를 설립할 명분이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에너지 분야 가운데 가장 큰 경쟁력을 가졌다. 그럼에도 탈원전정책 탓에 과학기술 인력의 요람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조차 원자력학과 정원 채우기가 벅찬 판국이다. 다른 공대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이러다가는 국내 원자력 연구의 맥마저 끊길 위기인데 에너지공대를 신설한다니 국민 누가 납득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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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교육환경은 한전공대가 모델로 삼은 포항공대 설립 당시와 딴판이다. 포항공대가 설립된 1980년대만 해도 이공계 특성화대학으로 KAIST가 유일했지만 지금은 5곳으로 늘어났다. 한전 인근에 광주과학기술원(GIST)도 있다. 한전공대가 설립되면 에너지 관련 연구 역량 분산과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한전의 재정적 역량도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수천억원의 대학설립 비용에다 연간 수백억원씩의 재정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뜩이나 탈원전 추진으로 한전의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데 공대 설립은 한전의 애물단지가 될 공산이 크다.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결됨은 물론이다. 명분이 부족하고 실익도 기대하기 어려운 한전공대를 설립하기보다는 한전 주변의 GIST와 전남대 공대 같은 기존 대학을 에너지특성화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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