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청년들의 화두 중 하나는 ‘욜로(You Only Live Once·YOLO)였다. “한번 사는 인생 즐겁게 살자”는 욜로주의는 젊은 계층의 삶의 방식이 ‘열심히 일하고 많은 보상’을 바라는 이전 세대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는 회사 선택에도 반영돼 이제는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복지제도를 갖춘 회사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법으로 보장된 주 52시간 근로를 넘어 주 35시간 근로제를 선택한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제를 도입한 신세계를 비롯해 긴 근로시간으로 악명높았던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주 35시간제를 선언한 기업이 속속 나온다.
서울경제신문과 진학사 기업정보사이트 캐치(CATCH)는 주 35시간제를 도입한 기업 중 재무평가, 재직자평판이 우수한 기업 5곳을 소개한다. 재무평가는 NICE평가정보와 협업 개발한 평가기준을 따른다. 재직자평판은 전·현직 직원이 △조직문화·분위기△급여·복리후생△근무시간·휴가△자기성장·경력△경영진·경영 등 5가지 항목을 평가했다.
◇‘月은 오후 1시 출근’ 우아한 형제들·출퇴근시간없는 제니퍼소프트=스타트업들은 대개 기약 없는 야근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우량 스타트업 가운데 주 35시간 근로제를 채택한 기업들이 속속 나오며 눈길을 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해 누적 다운로드 3,000만건을 돌파하고 월별 주문 건수가 1,900만 건에 달하는 배달의민족은 요식업계 패러다임을 바꾸며 화제를 모았다. 배달의민족 거래액은 이미 1조원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연평균 7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같은 고성장 속에서도 파격적 근로제를 갖췄다. 월요일은 오후 1시에 출근한다. 또 나머지 평일은 퇴근을 30분씩 앞당기고 점심시간은 11시30분부터 1시까지로 30분 늘려 하루 7.5시간, 주 35시간 근무제를 정립했다.
국내 앱성능관리(APM) 시장 점유율 68%를 차지하며 업계 1위를 유지하는 제니퍼소프트도 주 35시간제를 도입한 회사다. 지난 2005년 설립된 제니퍼소프트의 모든 직원은 하루 7시간, 주 35시간을 근무한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휴가 사용도 자유롭다. 한 달에 2주 정도 장기 휴가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유연한 제도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제니퍼소프트는 업무 절차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제니퍼소프트는 사내 현안관리 시스템인 ‘지라(JIRA)’를 적극 사용하며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절차를 모두 쳐낸다. 직원들은 회의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최종 성과 공개까지 지라를 통해 관리한다.
◇주 35시간제해도 성장 ‘쑥쑥’…위드이노·슈프리마=숙박 어플리케이션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은 모두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며 점심시간은 90분을 사용할 수 있다. 위드이노베이션 측은 제도를 시행한 2017년 이후 매출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영업손익도 2017년 흑자로 전환했다. 2017년 약 200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지난 해 8월 기준 350명을 넘어섰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숙박 사업을 넘어 기업간거래(B2B) 영역 등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모바일 지문인식 알고리듬을 개발한 슈프리마도 주 35시간제를 적용하면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슈프리마의 모바일용 지문인식 알고리듬 ‘바이오사인’은 삼성전자 보급형 스마트폰에 탑재됐고 최근에는 해외 스마트폰에도 채택됐다. 슈프리마는 지난 해 상반기 매출 18%, 순이익 90% 이상이 증가했다.
슈프리마는 2017년 9월부터 금요일 10시 출근 오후 2시 반 퇴근하는 주 36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일이 남아있으면 추가근무를 할 수는 있지만 되도록 1주에 4.5일 근무를 유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밖에 슈프리마는 임직원의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무이자주택자금지원제 등을 시행 중이다.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제 도입한 신세계=지난 해 신세계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했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을 기본으로 업무에 따라 출근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회사 안팎으로 주 35시간 근무제가 실제로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도 많았지만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는 오후 5시가 되면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셧다운제’를 통해 정시퇴근을 장려한다. 사전에 담당 임원에게 결재받지 않으면 PC가 재부팅되지 않아 무분별한 야근도 불가능하다. 이마트는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오후에는 2시부터 4시까지를 집중근무시간으로 정해 흡연실을 폐쇄하고 회의시간을 최소화해 35시간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 도움말=캐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