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소속 경관들이 역삼동 B클럽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는지 조사해달라는 청원 서명인이 23만명을 넘겼다. “피해자가 억울하게 가해자로 둔갑했다”는 당사자 김모(29)씨의 주장이 여론의 공분을 부른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B클럽 직원들이 자신을 폭행했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본인을 순찰차·지구대 내에서 수차례 폭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설명은 180도 다르다. 강남경찰서는 이재훈 서장이 전날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씨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지난해 12월21일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했고 1차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 폭행 주장 △119 응급처치 여부 △블랙박스·CCTV 영상 조작 등 김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경찰은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유형력 행사가 불가피했고 출동한 119는 김씨가 거부했다”고 해명했다. 또 “블랙박스 영상은 변환 과정에서 속도가 빨라졌다고 업체에서 확인했고 지구대 내 CCTV 영상은 증거보전신청을 통해 29일 법원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현재 경찰에 대한 명예훼손, 클럽 내 여성 2인에 대한 강제추행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이 진화에 나섰지만 성난 여론은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씨가 “약에 취한 여성을 도우려다 사건이 발생했다”며 “‘물뽕(강간약물)’을 이용한 클럽 성폭행에 대해 추가 폭로하겠다”고 예고해 일명 ‘약물강간’ 문제로 사태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십수년 전 발생한 경찰의 비위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06년 역삼지구대 소속 경관 20여명이 유흥업소 관계자들에게 일명 ‘떡값’을 매달 받아 챙겼던 사건이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은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해 클럽 내 성폭행, 약물 사용, 경찰관 유착 의혹을 내사하고 초동조치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는 것은 경찰 조직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역삼지구대 경찰들을 조사해달라”는 청원에 서명했다는 시민 A(21)씨는 “암사역 사건 때도 그렇고 경찰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도 억울하게 당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 일에 더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말 아닌 행동으로 조직적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며 “다른 한편으로 시민들도 일선 현장에서 위험에 노출되는 경찰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