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증권거래세 인하 적극 검토"...與 압박에 방향 튼 홍남기

정부, 과도한 단기매매 등 이유로 '신중론' 고수해왔지만

이해찬 대표 "폐지·인하 공론화 필요"에 결국 입장 바꿔

업종유지기간 단축 등 가업상속공제 요건도 완화하기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증권거래세 인하를 두고 “적극 검토” 입장으로 돌아섰다. 정부는 그동안 막대한 세수 감소와 과도한 단기매매 등을 이유로 ‘신중론’을 고수해왔지만 여당이 나서 증권거래세 개편에 불을 붙이자 결국 물러서는 모양새가 됐다. 홍 부총리는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았던 가업상속공제 요건에 대해서도 “조만간 개선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이르면 오는 6월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다.

홍 부총리는 3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증권거래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한다”며 “어떻게 합리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증권거래세 인하가 만약 된다면 그것도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증권거래세는 증권을 팔 때마다 매도대금에 0.3% 세율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증권투자업계는 중국·싱가포르 등이 0.1~0.2%의 낮은 증권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데다 현재 정부가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증권거래세는 점진적으로 인하·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업계 현장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나 인하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대해 “이제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화답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당정이 조속히 검토하고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거들었다.


이런 여당의 적극적인 태도에 ‘시기상조’라던 정부도 한 발짝 물러섰다. 그동안 기재부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확대 중인 만큼 증권거래세 개편도 2021년 이후 양도소득세 확대·전면 과세 여부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주식 양도소득 전면과세 이전에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면 막대한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도 지난해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극소수인 상황에서 증권거래세만 조정할 경우 급격한 세수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며 “증시 부양 효과는 크게 없으면서 세수 감소만 발생하고 단기 매매가 확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 증권거래세수는 6조3,000억원에 달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세율을 0.1%포인트 낮출 경우 2019~2023년 세입이 연평균 3조321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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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 부총리는 이날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는 과세 형평 문제가 더 우선”이라며 “세수가 줄어든다는 우려는 이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전과 달리 재정여건의 우선순위를 뒤로 물린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요구가 많은 만큼 검토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양도소득세 확대 여부와 함께 병행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기업인들의 요구가 컸던 사업상속공제의 요건 완화 방안도 곧 내놓기로 했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기업을 경영한 매출액 3,000억원 이하 중소·중견기업 오너가 기업을 물려줄 때 세금 200~500억원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지금은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10년간 업종·자산·고용 등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컸다.

현재 10년으로 명시된 사후의무이행기간을 줄이고 동일업종 유지 요건의 ‘업종’ 개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홍 부총리는 “10년이라는 요건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엄격한 것은 사실”이라며 “업종을 조금만 확장하려 해도 굉장히 제약이 많아 좀 풀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6~7월 법·시행령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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