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 호황’에 힘입어 또다시 최고 실적을 찍었다. 매출액은 처음으로 240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은 60조원에 달했다. 당기순이익도 40조원을 훌쩍 넘기면서 모두 1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4분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으로 실적 상승세가 급락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했다. 또 올 상반기에도 ‘다운턴(하락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 실적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스마트폰 부문도 전망이 좋지는 않아 올해에도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12월(4분기) 연결 기준 확정 실적으로 매출 59조2,700억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각각 달성했다고 31일 공시했다. 당기순이익은 8조4,600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년 같은 기간(65조9,800억원)보다 10.2% 감소했고, 전분기(65조4,600억원)보다도 9.5% 줄었다. 이는 지난해 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값이다. 또 영업이익은 1년 전(15조1,500억원)에 비해 28.7% 줄었고,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전분기(17조5,700억원)보다는 무려 38.5%나 축소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17년 1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영업이익률은 18.2%로, 지난 2016년 4분기(17.3%) 이후 최저치다. 역대 최고치였던 전분기(26.8%)보다 8.6%포인트나 떨어진 셈이다. 4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7조7,700억원으로 전분기(13조6,5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41.4%로, 7분기 만에 처음 50%를 하회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를 보면 삼성전자는 매출 243조7,700억원, 영업이익 58조8,900억원, 당기순이익 44조3,400억원 등의 실적을 내면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올렸다. 매달 약 5조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 흑자만 전체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44조5,700억원을 달성했다. 반도체 사업 매출은 86조2,900억원원으로 역시 1년 만에 역대 최고 기록을 냈다. 또 스마트폰 사업을 맡은 IM(IT·모바일) 부문에서는 10조1,700억원, 디스플레이(DP)와 소비자가전(CE) 부문에서는 각각 2조6,200억원과 2조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로 실적이 감소했다”면서 “모바일 사업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성장 둔화에 따른 스마트폰 판매 감소로 실적이 줄었으나 TV와 생활가전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전망에 대해서는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올레드 수요 약세가 전망된다”면서 “모바일 사업은 갤럭시S10 출시로 나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에 총 29조4,000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별로는 반도체 23조7,000억원, 디스플레이 2조9,000억원 등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설투자의 경우 경기도 평택 라인 증설로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올레드 패널 생산능력 증설 투자가 마무리됨에 따라 예년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