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이 국내 자본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넥슨 인수를 공식화했다. 넷마블의 이날 발표로 넥슨 인수 후보는 국내 자본인 넷마블과 카카오, MBK파트너스와 해외자본인 텐센트와 KKR, 칼라일, TPG, 실버레이크 등으로 윤곽이 잡혀가는 모양새다. 또 이중 텐센트와 카카오, 넷마블은 서로 지분관계가 얽혀 있어 이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할지 아니면 다른 후보들과 연합해 경쟁을 펼칠지 여부도 주목된다.
넷마블은 31일 “두 달 전부터 검토해온 끝에 넥슨 인수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넷마블은 인수에 나선 이유로 국내 게임 산업 생태계 보전을 내세웠다.
넷마블 관계자는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의 주요 자산”이라며 “해외에 매각될 경우 한국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국내 게임산업의 주도권을 다른 나라에 내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넥슨이 매물로 나온 지난달부터 넥슨 인수를 검토하며 해외 큰손들의 인수전 참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 온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은 이달 초 넥슨 매각설이 처음 흘러나왔을 때부터 유력 인수 주체로 물망에 올랐다. 모바일게임에 강점을 가진 넷마블이 온라인게임에 강점을 가진 넥슨을 인수하면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게임업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등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애타게 찾는 확실한 지식재산권(IP) 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넷마블이 기존에 넥슨이 보유한 IP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할 수도 있고, 두 회사 모두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 이 부분에서 시너지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점은 넷마블이 어떻게 인수자금을 마련할 지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넷마블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6,500억원 수준, 매도가능증권까지 해도 2조7,000억원 수준이다. 인수가격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넥슨 지주사 NXC의 몸값에는 미치지 못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넷마블과 카카오는 모두 금융 자본과 손잡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며 “두 회사가 서로 연합할 가능성도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인수 후까지를 내다보면 두 회사가 같이 인수하게 될 경우, 추후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의 경우도 현금성 자산 1조5,000억원, 유동자산 2조8,000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카카오에 이어 넷마블까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경우의 수도 더 복잡해졌다. IT업계에서는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이자 자금력 면에서도 가장 여유가 있는 텐센트가 카카오나 넷마블을 통해 우회 투자하는 데 그칠지, 직접 투자에 나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텐센트가 직접 인수에 나설 경우 국내 게임업계의 급격한 중국 시장 종속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단, 어떤 경우 등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텐센트의 지배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는 넷마블의 지분 17.7%, 카카오의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IT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가 연합전선을 구축해 인수전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넷마블과 카카오 등과 비교해 넥슨을 인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크지 않은 만큼 당장 관심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