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담아본 적 없어. 사랑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어. 못 견디게 보고 싶은 게 뭐야. 죽을 만큼 보고 싶은게 뭐야. 사랑은 내한테 냄새도 맡아본 적 없는 과일이야. 나 갈 때 잘 가라고 손이라도 흔들어줘.”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시민들은 김 할머니의 뜻을 이어 한 목소리로 일본에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1,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에 참여했다.
이날 영결식은 생전 김 할머니의 말씀을 기억하며 김 할머니를 추모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는 “10년 전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제사를 지낼 때 김 할머니가 담담하게 ‘언니야, 거 가니 편하고 좋으나. 나는 너무 힘들다. 속이 썩어들어간다. 사과 한마디 받기 왜 이리 힘느냐. 죽기 전에 사죄 받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쉬어라’고 말씀하신 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권미경 연세대학교 의료원 노동조합위원장은 “할머니 앞에서 노래 부르던 제 딸이 이제 14살이 돼 중학교 교복을 맞추고 (할머니 빈소에) 인사드리러 갔었다”며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할머니가 위안부로 끌려갔던 그 나이였던 게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일본이 사죄할 때까지 살아야 한다며 하루아침에 담배를 끊으셨던 모습이 크게 보였다”고 덧붙였다.
윤흥조 마리몬드 대표는 “김 할머니는 일본에서 오는 활동가들에게도 힘내라고 격려하면서 전쟁 없는 세상, 다시는 성폭력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호소했다”면서 “평화를 위한 일이라면 포기하지 않았던 영웅의 발걸음이 결실로 이어지길,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김 할머니의 생전 모습을 전해 들은 시민들은 눈물을 훔치고 노란 나비를 흔들었다.
영결식에 앞서 이날 많은 시민들은 시청 광장에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까지 만장을 들고 김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만장은 ‘김복동은 우리의 영웅’, ‘전쟁 없는 통일된 나라’, ‘일본군 성노예 처벌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