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달러(약 2조2,250억원)짜리 초호화 요새에서 최고 스포츠 도시의 자존심을 건 단판 승부가 펼쳐진다. 오는 2월4일 오전8시30분(한국시각)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제53회 슈퍼볼이다.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은 잘 알려졌듯 미국 내 시청자 수만 1억명이 넘고 단판 이벤트임에도 경제효과가 2억달러(약 2,224억원)에 이르는 미국 프로스포츠 최대 이벤트다. 지난 2017년 1억1,130만이던 시청자 수가 지난해 1억340만명으로 줄어드는 등 슈퍼볼의 인기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30초당 TV 광고 단가가 525만달러(약 58억6,000만원)로 신기록을 찍을 만큼 관심도가 높다.
슈퍼볼 진출팀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로스앤젤레스(LA) 램스가 각각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 스포츠 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트리어츠의 연고지인 보스턴은 레드삭스(야구), 브루인스(아이스하키), 셀틱스(농구), 뉴잉글랜드 레벌루션(축구)을 품고 있다. LA는 다저스와 에인절스(야구), 킹스(아이스하키), 레이커스와 클리퍼스(농구), 갤럭시와 FC(축구)의 연고지이기도 하다. 미국프로농구(NBA) 셀틱스와 레이커스가 챔프전에서만 12번이나 만날 정도로 보스턴과 LA는 오랜 역사를 지닌 스포츠 라이벌 도시다. 지난해 10월에는 레드삭스와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어 레드삭스가 4승1패로 이겼다.
오십삼 번째 잔칫상이 준비된 ‘파티 시티’는 조지아주 애틀랜타다. 포브스는 이번 슈퍼볼의 진정한 주연은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스타디움일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견고하고도 화려한 요새처럼 생긴 이 경기장은 유통업체 홈디포의 공동 창업자이자 NFL 애틀랜타 팰컨스 구단주인 아서 블랭크의 주도로 2017년 개장했다. 총 공사비 20억달러가 투입된 6층짜리 개폐식 돔구장으로 7만7,000여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벤츠 로고가 박힌 지붕은 8개의 반투명 패널이 덮고 있는데 맑은 날에는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가 열리듯 이 패널들이 8분에 걸쳐 사라진다. 패널 하나의 무게가 747 여객기 무게와 맞먹는다고 한다. 천장에는 또 ‘헤일로 링’이라는 이름의 360도 HD 전광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라운드 형태의 전광판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블랭크 구단주는 “애틀랜타의 아이콘이자 스포츠의 아이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장은 초호화지만 안에서 파는 간식은 아주 저렴하다. 핫도그와 리필 가능한 탄산음료, 팝콘은 각각 2달러, 치즈를 곁들인 나초는 3달러, 생맥주 5달러, 치킨텐더 한 통은 6달러다. 슈퍼볼 특수를 노려 가격을 올리는 일은 없다.
이번 슈퍼볼은 전문가와 초보의 대결로 정리된다. 패트리어츠의 빌 벨리칙 감독과 쿼터백 톰 브래디는 3년 연속이자 통산 아홉 번째로 슈퍼볼에 함께 나간다. 벨리칙과 브래디가 슈퍼볼 우승을 처음 합작한 2002년에 숀 맥베이 램스 감독은 16세, 램스의 쿼터백 재러드 고프는 8세였다. 패트리어츠는 올해 포함 11번 슈퍼볼에 진출해 2017년까지 5번 우승했고 램스는 2000년 우승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번 정규리그 성적은 램스가 13승3패로 11승5패의 패트리어츠보다 더 나았다. 브래디보다도 아홉 살이나 어린 1986년생 맥베이 감독은 감독 2년 차에 슈퍼볼까지 오르며 천재 소리를 듣고 있다.
도박사들의 배당률로 따진 최우수선수(MVP) 1순위 후보는 연봉 1,500만달러를 받는 슈퍼스타 브래디다. 다섯 번째 슈퍼볼 MVP를 노린다. 2위는 램스의 고프, 3위는 램스 러닝백 토드 걸리다. 우승팀에는 선수당 11만8,000달러가 주어지며 준우승팀 선수는 5만9,000달러씩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