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핵 포괄신고·검증' 촘촘한 로드맵 짜라

2월 말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모든 핵의 포괄적 신고’ 카드를 들고 나왔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월31일(현지시간) 한 북한 관련 토론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때 플루토늄·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와 파기를 약속했다”며 “포괄적 신고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변 핵시설 폐기뿐 아니라 북측의 모든 핵활동에 대한 신고와 모니터링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나온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은 단순한 주장 그 이상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다음주 초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함께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포함한 세부의제 조율에 돌입한다. 그런 그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를 강조한 것은 미국 협상 전략의 초점이 ‘미국 국민의 안전’에서 ‘완전한 비핵화’로 되돌아왔음을 알리는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의 제재완화란 있을 수 없다”며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 기조를 재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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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의 핵심은 북한으로부터 핵을 완전히 제거해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체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핵물질 제조시설은 물론 북한 곳곳에 숨겨져 있는 핵 물질과 관련 시설, 미사일 발사기지까지 모두 찾아내 폐기해야 가능하다. 북한이 가진 미래 핵의 일부에 불과한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과제다. 비건 특별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핵 관련 시설과 무기에 대한 신고를 이끌어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이를 완전하고 철저히 검증하는 것만이 비핵화의 길을 여는 방법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1차 때처럼 아무런 성과 없이 공허한 말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도출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실행계획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과거와 현재·미래 핵을 완전히 제거하고 한반도를 ‘핵 청정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 한미 당국은 앞으로 한 달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 시기라는 점을 명심하고 북한 비핵화에 성과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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