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나온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은 단순한 주장 그 이상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다음주 초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함께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포함한 세부의제 조율에 돌입한다. 그런 그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를 강조한 것은 미국 협상 전략의 초점이 ‘미국 국민의 안전’에서 ‘완전한 비핵화’로 되돌아왔음을 알리는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의 제재완화란 있을 수 없다”며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 기조를 재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핵화의 핵심은 북한으로부터 핵을 완전히 제거해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체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핵물질 제조시설은 물론 북한 곳곳에 숨겨져 있는 핵 물질과 관련 시설, 미사일 발사기지까지 모두 찾아내 폐기해야 가능하다. 북한이 가진 미래 핵의 일부에 불과한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과제다. 비건 특별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핵 관련 시설과 무기에 대한 신고를 이끌어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이를 완전하고 철저히 검증하는 것만이 비핵화의 길을 여는 방법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1차 때처럼 아무런 성과 없이 공허한 말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도출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실행계획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과거와 현재·미래 핵을 완전히 제거하고 한반도를 ‘핵 청정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 한미 당국은 앞으로 한 달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 시기라는 점을 명심하고 북한 비핵화에 성과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