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감소·단기매매’ 우려 샀던 증권거래세 인하, 정부도 “적극 검토”
첫번째는 역시 증권거래세 인하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증권거래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한다”며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과세 형평, 재정 문제 등을 모두 고려해 증권거래세 인하를 적극 검토한 뒤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습니다. 홍 부총리는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 “증권거래세 인하가 만약 된다면 그것도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기재부 내부적으로 밀도 있게 검토한 적 없다”거나 “증시 부양 효과는 크게 없으면서 세수 감소만 발생하고 단기 매매가 확산할 수 있다”며 완곡히 반대했던 것에 비하면 온도 차가 극명합니다.
증권거래세는 국내 주식을 팔 때마다 매도대금에 0.3% 세율로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양도세와 달리 손실·이익 여부와 무관하고 매매 횟수가 잦을수록 세금이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증권투자업계는 우리 자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정부의 양도세 과세 확대 흐름에 맞추려면 증권거래세는 인하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개미투자자들의 불만이 다시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거래세 문제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여당입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5일 금융투자업계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나 인하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대해 “이제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화답했습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당정이 조속히 검토하고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거들었습니다. 그 직후 시장에서는 여당의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감에 증권업종 주가가 5% 이상 오르기도 했습니다.
여당의 적극성에도 기재부는 한동안 ‘신중론’을 유지했습니다. 이제까지 기재부는 2021년까지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증권거래세 개편도 이와 맞물려 점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현재 스케줄대로라면 2021년 이후에도 양도소득세는 주식보유금액이 3억원 이상(현재 15억원)인 대주주에게만 과세합니다. 이 상태에서 당장 거래세만 없애거나 내리면 극단적으로 국내주식 투자자의 99.8%가 세금을 안 내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자에게 매기는 거래세를 확 내리거나 없애려면 그 대신 양도세를 매겨야 하는데, 현재 보유주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는 투자자는 0.2%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조세 형평에도 맞지 않고 세수 감소도 막대해 거래세만 함부로 손댈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홍 부총리가 지난해 취임 전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극소수인 상황에서 증권거래세만 조정할 경우 급격한 세수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 증권거래세수는 6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거래세율을 0.1%포인트 낮출 경우 2019~2023년 세입이 연평균 3조321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당이 선봉에 나서자 기재부도 결국 돌아섰습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는 과세 형평 문제가 더 우선”이라며 “세수가 줄어든다는 우려는 이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전과 달리 재정여건의 우선순위를 뒤로 물린 겁니다. 여권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설 연휴 이후로 증권거래세 문제를 공식 의제로 한 당정협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현재로서는 단계적 인하 방안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여당, 펀드 손익합산 과세방안 마련
국내주식뿐 아니라 펀드에 대해서도 과세체계 개편이 예고돼 있습니다.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가 펀드를 대상으로 이익과 손실을 합쳐 세금을 매기는 합산과세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행 우리 과세체계에서는 해외주식을 빼면 상품 내, 상품 간, 시점 간 손실을 인정해주는 상계제도가 없습니다. 여러 개 펀드를 가입했을 경우 단 하나만 이익이 나고 나머지는 다 손실이 나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를 봤어도 이익이 난 펀드 하나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또 주식과 채권이 함께 들어있는 펀드의 경우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어도 채권 이자에 대해서는 별도로 이자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인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선진국에서는 합산과세를 하는데 우리만 펀드 합산과세가 안 되고 있다”며 “손해를 보는데도 세금을 내는 것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는다”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민주당 자본시장특위는 “자본시장의 모든 세제에 대한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 밖에도 금융상품별로 부과되는 세금과 세율 등이 모두 다른 문제도 손볼 방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10년간 업종·지분·고용 그대로?…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중소·중견기업 사업주가 기업을 대물림할 때 내야 할 세금을 줄여주는 가업상속공제 요건도 완화됩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가업상속제도 적용요건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엄격한 것은 사실”이라며 “조만간 개선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기업을 경영한 매출액 3,000억원 이하 중소·중견기업 오너가 기업을 물려줄 때 세금 200~500억원을 공제해주는 제도입니다. 지금은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10년간 각종 요건을 지켜야 합니다. 상속인이 물려받은 가업의 업종을 사실상 바꾸면 안 되고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하거나 보유지분을 줄여도 안 됩니다. 10년간 정규직 고용도 유지해야 합니다.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컸던 이유입니다.
홍 부총리에 따르면 정부가 준비 중인 완화 방안은 현재 10년으로 명시된 사후의무 이행기간을 줄이고 동일업종 유지 요건의 ‘업종’ 개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홍 부총리는 “이 10년이라는 요건이 정말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엄격한 수준이어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동일 업종 유지 요건에 대해서도 “업종을 조금만 확장하려 해도 굉장히 제약이 많아 좀 풀어보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령 지금은 곡물 제분업을 물려받으면 10년간은 빵 제조업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없는데 이런 ‘동일업종’ 기준의 범위를 넓혀보겠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6월 국회에 관련 법과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