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간제 교사들 "경력이나 연줄 없으면 뽑히기도 어려워"

국내 중·고등학교 전체 교사 중 기간제 교사가 28% 이상 차지

임용고시 경쟁률로 지친 예비 교사들 기간제 채용에 몰려

똑같이 수업 가르치고 업무 담당하지만 '불공정 채용과 차별'로 상처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및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집회’에 나온 참가자들의 모습./연합뉴스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및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집회’에 나온 참가자들의 모습./연합뉴스



#한나영(30·가명) 씨는 4년째 매일 기간제 교사 지원서를 쓰고 있다. 짧으면 2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여러 번 근무하면서 기간제 교사로만 쌓인 경력도 1년이 넘는다. 한 씨는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계속 쓰느라 지친다”며 “직접방문은 학교에 직접 가서 내고 우편은 우체국 가서 내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이 일을 그만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에도 서울 지역의 한 사립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채용에 응시한 상태다. 한씨는 “기간제 교사 응시자들은 지원서를 쓰고 면접에 참여하는 채용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지쳐간다”고 말했다.

#이현수(31·가명) 씨도 몇년째 ‘기간제 교사’를 전전하고 있다. 이 씨가 전공한 과목은 체육교육학이다. 체육교사는 2~3명씩 뽑는 국·영·수 등 주요 과목에 비해 뽑는 인원도 달랑 1명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는 “울며 겨자먹기로 원서를 쓰고 면접에 참여하지만 학교마다 필기·실기 전형도 다르고 먼 곳까지 왔다갔다 하면 차비와 시간도 많이 든다”며 “학벌이나 교사 경력이 없으면 서류 뽑히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경력을 쌓으려고 기간제 교사에 지원하는데, 경력이 없어서 서류전형에 통과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공정하지 못한 채용’도 늘 논란이다. 한 기간제 교사의 말에 따르면 최근에 진행된 서울시내 사립중학교 정교사 채용에서 지원자 7명이 모두 탈락하는 일이 생겼다. 해당 중학교는 서울시와 연계해 1차 전형을 임용고시 성적으로만 반영했다. 임용고시 1차 시험 성적 상위 7명이 2차 전형을 치렀으나 모두 떨어졌다. 그는 “내정자가 있어서 다 떨어뜨리고 공고를 새로 냈다는 말이 돈다”며 “사립학교의 교사 채용 과정은 늘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교사 채용에서도 저런 식인데 하물며 기간제 교사를 뽑을 땐 어떻겠느냐”고 토로했다.

지난해 9월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간제 교사의 호봉 승급 차별 폐지 진정 및 차별시정 권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해 9월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간제 교사의 호봉 승급 차별 폐지 진정 및 차별시정 권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높은 임용시험 경쟁률 때문에 기간제 교사에 도전한 예비교사들은 각 학교별 전형을 일일이 치르고도 내정자 채용으로 좌절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교육공무원임용령에 따라 기간제교사 임용 기간은 기본 1년 이내지만 3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한 학교에서 최대 4년이다. 이 때문에 각 학교는 한 기간제교사를 채용한 뒤 1∼4년마다 새로운 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간제 교사에 새로 진입하려는 이들은 기간제 경력이 없어 번번이 탈락하는 아픔을 겪는다. 암암리에 기존 교사를 다시 채용하는 ‘내정’에 밀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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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많은데도 많은 학교들은 필요 인력을 기간제 교사로 충당하고 있다. 4일 교육부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학교는 교사 5만4,611명 가운데 1만5,663명(28.6%), 고등학교는 교사 7만8,088명 가운데 1만9,989명(25.5%)이 기간제 교사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약 연장을 원하는 기존 기간제 교사들은 방학 기간을 빼는 ‘쪼개기 계약’이나 업무 과중 등 고용 차별에 시달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4월 기간제교사 237명을 온라인 조사한 결과를 보면 4명 중 3명이 다른 교사가 싫어하는 업무를 요구받는 등 차별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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