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안전사고 날 때마다 공기업 만들건가

정부와 여당이 5일 태안화력 설비점검 도중 사망한 고(故) 김용균씨가 담당했던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당정은 이 분야 정규직 전환을 조속히 매듭짓겠다면서 “전환 대상을 통합해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고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민간에 맡겨온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를 공기업이 직접 담당하고 민간회사 근로자들을 공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한전산업개발 등 5개 민간업체에서 흡수해야 할 인력은 모두 2,266명에 달한다. 전환방식으로는 한전의 5개 발전 자회사가 공동 출자하는 통합 자회사를 설립한 뒤 한전산업개발을 공기업으로 만드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한전이 2대 주주이고 전체 연료·환경설비 운전 인력의 75%를 채용하고 있는 한전산업개발의 공기업화가 유력한 모양이다. 위험직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국민이나 똑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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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원청업체 의무·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기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이런 여론을 반영한 결과다. 이번에 당정이 마련한 추가 대책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렇다고 공기업을 새로 만들어 직고용하는 방안은 득보다 실이 많다. 일단 공기업이 하나 생기면 그로 인해 떠안아야 할 부담이 만만찮다. 그렇잖아도 현재 공기업들은 방만 경영에 따른 적자누적 등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한전 등 9개 주요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480조원을 넘었고 이 추세라면 2022년에는 5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공기업이 특정 분야를 독점하면 경쟁이 사라져 민간업체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독점의 폐해만 쌓이고 시장 활력은 떨어지게 된다. 특히 파업이라도 벌어지면 이렇다 할 대안 마련도 쉽지 않다. 벌써 흡수 대상 직원들이 임금 등 처우개선이 없으면 허울뿐이라며 반발할 조짐을 보인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기업 신설을 통한 직고용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밀어붙이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원점에서 부작용을 면밀하게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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