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가의 방계(傍系)회사인 알머스(옛 영보엔지니어링)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선 터라 검찰 사정 칼날이 삼성가 전방을 겨누고 있는 모양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알머스 고발 사건을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최근 관련자 조사 등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12월께 국세청이 알머스와 이 회사 최대주주인 김상용씨를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검찰은 김씨에 대해서는 시한부 기소 중지 결정을 내렸다. 그가 해외로 나가 입국하지 않아 조사가 불가능한 탓이다. 검찰은 김씨가 국내로 들어올 때까지 기소 중지 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기소 중지란 피의자의 소재가 불명확하거나 심신상실·질병 등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행하는 중간처분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앞서 지난해 5월께 충남 아산의 알머스 본사에서 세무 및 재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세청이 50개 대기업·대자산사를 겨냥해 편법상속·증여 혐의를 살펴봤다는 점에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고발로 보고 있다.
한 검찰 고위관계자는 “양벌규정으로 김씨와 알머스를 국세청이 고발한 데 따라 사건을 조세조사부에 배당했다”며 “김씨가 국세청 조사 단계에서부터 해외에 체류하고 있어 시한부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
지난 1998년 9월 설립된 알머스는 휴대폰 배터리팩 제조업체다. 최대주주는 76.1%의 지분을 소유한 김씨로 그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셋째딸인 이순희씨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씨도 13.0%의 알머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알머스는 2005년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바 있다. 이후 2016년 영보엔지니어링에서 현재의 알머스로 사명을 바꿨다. 특히 삼성가 친족 회사인데다 매출의 90% 이상을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충당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친족 기업 일감 몰아주기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실제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2016년 국감에서 ‘10대 재벌의 친족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심 사례’를 발표하면서 알머스를 대표적 예로 꼽은 바 있다.
알머스를 조세범죄조사부에 배당하면서 검찰이 수사선상에 올린 삼성그룹 연관 사건은 7건으로 늘었다. 검찰은 자택 보수공사에 삼성물산 돈을 끌어다 유용한 의혹이 있다며 정의당이 고발한 사건을 앞서 조세범죄조사부에 배당한 바 있다. 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 고의 분식회계가 있다며 고발한 사건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에 맡기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수2부는 이미 지난해 7월 금융위가 공시 누락을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해왔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참여연대·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도 각각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와 특수4부(김창진 부장검사)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4부는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락 과정에 부정청탁과 외부 압력 등의 의혹이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수사 의뢰한 사건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