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델로 시작해 영화배우, 영화 프로듀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인 애슈턴 커처는 신문의 연예면뿐 아니라 경제면에 등장하는 것도 어울릴 정도로 이름난 벤처투자가다. 그의 투자 성공 이력은 지난 2009년 넷스케이프를 개발한 실리콘밸리 거물 마크 앤드리슨의 권유를 받아 상당 금액을 넣은 인터넷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Skype)’에서 시작한다. 당시 스카이프는 주당 2.75달러 수준이었다. 커처가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카이프를 총 85억달러에 인수한 덕분이었다. 이후 커처는 연예계 지인 등과 벤처캐피털 업체인 ‘에이그레이드인베스트먼츠(A-Grade Investments)’를 설립하고 ‘사람들을 좀 더 편리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후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와 디지털 음원 서비스 ‘스포티파이(Sportify)’, ‘우버(Uber)’ 등에 대한 투자에 나서면서 손꼽히는 엔젤투자자로 명성을 얻게 됐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역시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모빌에 4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일곱 번의 포스팅으로 금세 8,000명 이상의 팔로어를 모았을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욘세는 콘서트 기념품 구매 애플리케이션 ‘사이드스텝’에 투자했고 레이디 가가도 음악 스타트업인 ‘턴테이블’과 온라인 커뮤니티 구축 서비스 ‘백플레인’에 각각 740만달러, 450만달러를 넣었다.
미국에서는 커처나 레이디 가가처럼 본업인 배우나 가수 생활 외에도 전업 투자자 못지않은 투자실력을 뽐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지렛대 역할까지 톡톡히 하면서 ‘테크 셀레스터(Tech-Celestor)’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힙합계의 대부인 나스는 2007년 이후 4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도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한 명단에 올라 있다. 중국에서도 이름난 스타인 황샤오밍·판빙빙·저우제룬·한경 등이 펀드를 조성해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자신의 지명도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창업에 힘을 보탰다.
그동안 상업용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키워왔던 한국 연예계도 새로운 자산 투자처로 스타트업을 꼽고 있다. 필요한 자금의 덩치가 크고 자칫 정부의 신도시 개발계획과 맞물릴 때 투기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동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매력 요인이 부각된 덕분이다. 또한 창업 초기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엔젤’로 활동하며 자본의 선순환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연예계가 스타트업 투자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이유로 분석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예계 대표 다둥이 아빠인 이동국 선수는 지난해 막내 ‘대박이(이시안군)’, 아내 이수진씨와 함께 교육 전문 스타트업인 ‘아자스쿨’을 방문해 수억원의 투자를 결정하고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2016년 첫선을 보인 아자스쿨은 1,000여개의 체험학습을 한데 모아 아이들이 쉽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체험학습 플랫폼이다. 이 선수 부부가 수많은 스타트업 가운데 아자스쿨을 투자처로 결정한 것은 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체험학습 토털 솔루션이라는 사업 모델이 지닌 발전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매겼기 때문이다. 특히 이 선수는 다섯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서 부모나 또래 친구들과 즐겁고 행복한 체험학습을 경험하고 미래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황선하 아자스쿨 대표의 철학에 크게 공감하며 투자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 선수는 투자를 결정한 후 아자스쿨의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등 힘을 보태며 홍보모델을 자처하고 나섰다. 아자스쿨과 모델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회사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홍보 등에 적극 참여하면서 투자자를 넘어 홍보대사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아자스쿨의 서포터스 발대식 때 직접 사인한 축구공을 선물로 제공하거나 데모데이에 자신이 출연한 영상을 보내는 등 스포츠 스타로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황 대표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들에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과 신뢰도 향상인데 셀럽들이 투자를 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지도나 호감도 등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투자한 셀럽의 네트워크나 인지도를 활용해 직간접적 비즈니스를 함께 창출해낼 여지도 있어 단순 투자를 넘어선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우 이제훈도 리테일 공유 플랫폼 전문기업 오티디코퍼레이션(OTD)과 마켓컬리 등에 수억원을 투자한 엔젤투자자다. 창업 초기 단계에 자금투자를 결정해 상당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그는 친분이 있는 장덕수 DS자산운용 회장이 유망한 스타트업 몇 곳을 추천한 일이 계기가 돼 엔젤투자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2014년 창업한 맛집 편집숍 ‘셀렉다이닝’으로 이름을 알린 오티디코퍼레이션은 소매점을 매개로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공간혁신을 꾀한다. 서울 종로 D타워의 파워플랜트와 신세계 하남스타필드의 마켓로거스, 여의도 SK증권 지하의 디스트릭트Y, 을지로의 아크앤북(ARC·N·BOOK)이 OTD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마켓컬리의 경우 2015년 국내 e커머스 시장에 새벽배송 시장의 문을 열며 주목받은 업체다. 창업 당시 매출액 30억원에서 지난해 466억원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했고 최근에는 기업가치를 2,000억원 안팎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제훈은 2015년 초기 투자 형태로 지분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컬리는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상장이나 지분매각 등에 나서게 되면 초기 투자지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1세대 한류 스타 배우 배용준도 스타트업계에서 손꼽히는 엔젤투자가 가운데 한 명이다. 2017년 모바일 가상현실(VR) 시장 공략에 나선 기술 스타트업 폴라리언트에 투자했으며 이전에 스페셜 티와 고급 커피를 판매하는 센터커피, O2O(Online to Offlin) 홈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홈 등에도 각각 3억~5억원을 투자해 화제를 모았다. 신차 구입 솔루션을 제공하는 겟차에 투자한 최시원과 VR 스타트업 소셜네트워크에 디렉터로 참여한 빅뱅의 승리도 스타트업에 힘을 보탠 연예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우나 가수 등 유명인들이 직접 나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관련 시장에 대한 관심도 늘고 시장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며 “이미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보편화된 실리콘밸리의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엔젤투자자들이 늘어날수록 창업환경은 더욱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