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상(사진)은 한해 내내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배우다’라고 말해도 결코 과장은 아닐 것이다. 지난해 연극 ‘아마데우스’를 비롯해 뮤지컬 ‘모래시계’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등에 쉴 틈 없이 출연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뿐 아니라 그는 한국뮤지컬 어워즈에서 ‘젠틀맨스 가이드’로 남우 조연상을 받았다. 올해도 그의 꽉 찬 일정은 변함이 없다. 영화 ‘메리포핀스 리턴즈’의 한국어 더빙판에서 점등원 잭 역을 맡아 환상적인 가창력을 뽐낼 예정이고, 3월부터는 ‘킹아더’를 비롯해 다양한 뮤지컬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이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도 틈만 나면 역사서를 읽는다는 한지상을 ‘스타의 서재’에 초대했다.
한지상은 “역사서적을 좋아하는 이유는 역사는 반복되는데 현재의 역사가 앞으로는 어떻게 펼쳐질지를 예측하는 재미 때문”이라고 말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인터뷰 내내 그는 역사에 관해 ‘알쓸신잡’ 출연자 못지 않은 지식의 향연을 펼쳤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지상은 ‘먼나라 이웃나라’ 미국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뮤지컬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K팝 등 우리 대중문화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 나라가 미국이라는 생각에서 옛날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고 했다.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나라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 한지상의 지론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미국스러움’을 만나요. 현실적으로 일상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가 미국이죠. 이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그럴 것 같아요. 대체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그 문화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나 궁금했죠.”
그러면서 그는 대본을 암기하듯 눈을 지그시 감고 책을 통해 얻은 미국에 대한 ‘깨알’같은 정보를 일일이 열거해 미국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캘리포니아를 나라로 치면 국내총생산(GDP)가 세계 9위에요. 우리나라는 11~12위인데 말이죠. 또 텍사스주는 면적이 프랑스보다 커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인 로드아일랜드는 서울 면적의 4배에 달하고, 알래스카의 면적은 한반도의 8배, 남한의 20배죠. 남한 인구는 5,000만 명 가량인데, 알래스카에는 70만 명이 살아요. 미국이 클까요? 중국이 클까요? 중국이 클 것 같지만 미국이 더 넓은 나라죠.” 실제로 2017년 캘리포니아의 GDP는 2조7,470억 달러(약 2,960조 원)로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라섰으며, 텍사스주 면적은 약 70만㎢이며, 프랑스의 면적은 64만3,801㎦다.
캐릭터와 작품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디테일은 한지상을 따라올 수 없다는 업계의 평가가 독서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그는 미국 문화를 규정하는 요소 중 하나인 다양성에 대해서도 이어 나아갔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로 다양성이 정체성이기도 해요. 백인이 72%를 차지하지만 엄연히 12%는 흑인이죠. 또 이민자들의 나라로 다양한 문화가 혼재돼 있습니다. 멜팅 팟이라고도 하잖아요. 또 미국 대중문화의 달콤한 맛에만 젖어 살기보다는 미국 문화를 끊임없이 객관적으로 분석할 필요도 있죠. 분석하기 전과 후는 분명 미국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거든요.”
그는 요즘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를 읽고 있다고 했다. “역사 인식에 있어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북 정책의 경우도 김대중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 때의 정책도 계승해야 한다고 보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굉장히 논리적이죠.”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