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계에 핵폭탄급 이슈를 몰고 왔던 우본랏 라차깐야(67) 공주/EPA연합뉴스태국 정계에 핵폭탄급 이슈를 몰고 왔던 우본랏 라차깐야(67) 공주의 총리 후보 출마가 동생인 국왕의 반대에 부딪혀 ‘하루 해프닝’으로 무산된 데 이어 그가 속한 정당도 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군부정권 정당인 국민개혁당이 우본랏 공주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타이락사차트당의 해산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써 태국의 3·24총선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10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타이락사차트당은 지난 8일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누나인 우본랏 공주를 오는 3월24일로 예정된 총선에서 총리 후보로 등록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와치랄롱꼰 국왕이 전날 밤 왕실 칙령을 통해 우본랏 공주가 3·24총선에서 ‘탁신계 정당’ 후보로 총리직에 도전하기로 한 데 대해 “우본랏 공주는 여전히 짜끄리 왕조의 일원으로서 신분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의 뜻을 내비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1932년 절대왕정을 종식하고 입헌군주제로 전환한 태국은 왕실의 영향력이 커 왕가의 정치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우본랏 공주는 1972년 미국인 피터 젠슨과 결혼하면서 왕족 신분을 포기했지만 1998년 이혼 후 태국으로 돌아와 왕실로부터 공주 칭호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하루 만의 해프닝이 우본랏 공주의 개인 문제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주의 출마가 무산되자 국민개혁당은 타이락사차트당의 해산을 요구하며 역공에 나섰다. 파이분 리띠따완 국민개혁당 대표는 “우본랏 공주가 왕실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국왕의 성명으로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이 입헌군주제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으면 헌법재판소에 해산을 요청해야 한다”면서 선관위에 11일 공식 회동을 요청했다. 이 같은 공세는 군부정권의 수장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에 출마해 집권을 연장하려는 시나리오에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세력인 푸어타이당의 자매정당인 타이락사차트당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쁘라윳 총리와 쿤잉 수다랏 푸어타이당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의 차기 총리 적합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탁신계 신생 정당인 타이락사차트당의 프리차퐁 퐁파닛(가운데) 대표가 8일 방콕 선거위원회에서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손위 누이인 우본랏 라차깐야(67) 공주를 당의 총리 후보로 등록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방콕=EPA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