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세안 후 화장품을 바르는 과정은 귀찮음을 견뎌내는 일이다. 남성이 사용하는 화장품의 수가 여성보다 훨씬 적은데 그것조차도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다. 본인이 바르는 화장품 개수를 꼽아봐야 서너 가지 정도다. 부위별 세분화한 화장품은 발라본 적도 없다. 어느덧 남성의 필수 화장품으로 자리 잡은 선크림이나 비비크림조차 내게는 남의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화장품 열심히 바르며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도 자주 듣지만 당장의 귀찮음 앞에 무력할 따름이다. 피부관리를 위해 각종 화장품과 마스크팩, 심지어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까지 사용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패션업체 LF(093050)의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룰429(사이구)’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슬리핑 퍼팩(per-pack)크림(사진)은 이 같은 심리를 파고들었다. LF 측은 이 브랜드에 대해 남성의 피부 특성과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피부에 대한 고민을 도출한 후 이를 영국 바버샵의 비법을 담은 독자성분으로 해결한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한다. 슬리핑 퍼팩크림은 남성 피부에 특화된 남성 전용 수면팩으로 세안 후 이 제품만 바르고 다른 제품을 바를 필요 없이 바로 잠들어도 된다고 한다. 이중 수분 코팅막으로 수분감이 충분할 뿐 아니라 주름 개선과 미백 기능성을 갖춰 밤사이 환하게 달라진 피부를 느낄 수 있다. 씻어낼 필요가 없고 흡수력도 뛰어나 약 30초면 피부에 흡수될 정도라고 말한다.
슬리핑 퍼팩크림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확실히 이전보다는 편해졌다. 평소에는 토너로 얼굴을 한 번 닦아낸 다음 에멀전과 수분크림(모이스처라이저)을 차례로 발랐다. 총 세 가지 화장품을 바르다가 한 가지만 쓰니 당연히 시간은 절약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씻은 다음 잠을 청하기까지 한시가 아까운데 반가운 일이다. 특히 술을 마신 후처럼 피로함이 극에 달한 날에 시간과 노력을 최소한으로만 들이고도 화장품을 바를 수 있었다. 판매사인 LF 측에서는 그래서인지 ‘해장크림’이라는 별칭을 밀고 있다.
편리함이 있다면 반대로 포기해야 할 사항도 있다. 슬리핑 퍼팩크림을 바르고 난 다음날 피부의 확인했을 때 다소의 기름기가 느껴졌다. 시중에 나오는 이른바 ‘올인원’ 제품을 사용했을 때도 경험했던 느낌이었다. 기자는 피지가 많고 여드름 등 트러블도 적잖은 지성피부다. 클렌징 폼으로 세안한 후에도 닦아내지 못한 노폐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리함에 아침에만 사용하고 닫아두었던 토너를 꺼냈다. 화장솜에 토너를 묻혀 얼굴을 한 번 닦아내고 쓰자 그래도 느낌이 좋아졌다. LF 측에서 강조하는 주름 개선과 피부 미백 기능성을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이 슬리핑 퍼팩크림은 귀찮음에 사로잡힌 남성 고객들의 마음을 잡는데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이 제품은 온·오프라인에서 나란히 일시품절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에 입점하는 등 오프라인 유통망에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한 게 작년 10월경이다. 대략 두 달 만에 인기가 올라온 셈이다. LF 측은 단기간에 이 정도 인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인데, 앞으로 이 제품 외에도 헤지스 맨 룰429 브랜드를 더 강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