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제10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문에 가서명한지 불과 이틀 만에 또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르면 상반기부터 시작될 새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미국 인상 압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동의했다고 밝히고 “그것(한국의 분담금)은 올라가야 한다. 위로 올라가야 한다”, “몇 년 동안 그것은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앞으로 추가 인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실과 거리가 있는 주장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한국)은 어제 5억 달러(약 5,627억원)를 더 지불하기로 동의했다”며 “전화 몇 통에 5억 달러”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5억 달러 인상’이 지난 10일 가서명한 10차 분담금협정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이후 한미 간 진행된 추가 협의에 대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10차 분담금협정을 의미한다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미가 이번에 합의한 분담금은 1조389억원으로, 지난해(9,602억원)보다 787억원(8.2%) 올랐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가서명 이후 한미 간에 추가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13일 “한미 간에 가서명 이후 추가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어떤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분이 ‘5억 달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수치상 착오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10차 분담금협정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작년보다 5,000억원 가까이 오른 1조4,400억원을 요구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인상분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발언 배경과는 무관하게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압박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협정은 올해에만 적용되는 1년짜리다. 내년 이후 적용할 방위비 분담금을 위해 이르면 상반기부터 한미가 다시 협상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미국은 미군이 있는 세계 각국과의 주둔비용 분담 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한 뒤 이를 바탕으로 마련한 새 원칙을 가지고 한국과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이 어떤 원칙을 들고나올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보다 동맹국의 부담을 높이는 방향일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인다.
게다가 새 원칙을 적용할 첫 번째 협상 대상국이 한국이 될 것으로 보여 부담이 더욱 커졌다. 협상에 참고할 ‘전례’가 없는 데다 미국은 자국 입장에서 ‘성공적 선례’를 남기기 위해 한국을 최대한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외교 성과를 내년 11월 대선에 내세우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