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종합상사인 포스코대우가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의 곡물 터미널을 운영권을 확보하며 글로벌 곡물 트레이더로서 위상 강화에 나섰다. 이번 터미널 인수로 포스코대우는 대규모 곡물 거래와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안정적인 곡물 트레이딩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취임 후 밝힌 식량 사업 육성 계획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대우는 13일 우크라이나 물류기업인 오렉심그룹과 해당 터미널 지분 75% 인수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이 직접 현지로 날아가 유리 부드닉 오렉심그룹 회장과 지분 양수도에 합의했다. 해외에 있는 곡물 수출터미널의 운영권을 확보한 것은 국내 기업 중 처음이다. 이 터미널은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의 최대 규모 수출항인 미콜라이프에 있으며 오는 7월 준공된다. 미콜라이프항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의 22.3%를 차지하는 최대 곡물 수출항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다. 식량 생산량이 2007년 4,000만톤에서 2017년 7,700만톤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수출량도 같은 기간 850만톤에서 4,300만톤으로 약 5배 뛰었다. 특히 옥수수와 밀 수출은 각각 세계 4위와 6위다. 미국 농무성은 우크라이나가 2027년에는 약 7,500만톤의 곡물을 수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카길, 스위스 글렌코어, 중국 중량집단유한공사, 일본 스미토모 등 주요 곡물 회사들도 이 지역에 이미 진출해 있다.
포스코대우는 이 같은 주요 지역 곡물항에 대규모 터미널을 확보하며 세계를 상대로 한 곡물 트레이딩 사업에서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해당 터미널은 연간 250만톤 규모의 출하가 가능한 대규모 시설이다. 포스코대우는 2015년 84만톤, 2016년 277만톤, 2017년 320만톤으로 곡물 거래량을 확대하고 있다. 이 중 우크라이나산(産) 곡물량도 각각 21만톤, 70만톤, 80만톤으로 늘었다.
이번에 250만톤의 물량을 추가하면 곡물 거래량을 큰 폭으로 늘릴 수 있다. 포스코대우는 이 터미널을 기반으로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중국, 베트남 등 전 세계에 밀, 옥수수, 대두를 주로 수출할 계획이다. 연간 1,500만톤까지 곡물 트레이딩 물량을 늘리는 게 포스코대우의 목표다.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곡물의 수매, 검사, 저장, 선적 등 모든 단계를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됐고, 대규모 저장이 가능해져 가격 변동 리스크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생산, 가공, 물류로 이어지는 식량 사업 체인을 구축했다는 것도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그룹 사업 구상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100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식량 사업 육성을 내세웠다. 해당 계약도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속도가 붙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적인 ‘식량 안보’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쌀을 제외한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10% 미만이다. 특히 옥수수와 밀의 자급량은 1%대로 2017년 기준 옥수수 약 1,000만톤, 밀 약 500만톤을 수입했다. 포스코대우가 우크라이나에서 확보할 곡물도 밀과 옥수수, 대두여서 유사 시 곡물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글로벌 식량 수급 불안정 때 포스코대우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