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무장약국’을 운영해 1,000억대의 부당이득금을 챙긴 혐의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한테서 부당이득금을 환수하려던 건강보험공단의 시도가 끝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조 회장은 건보공단이 자신의 집 2채를 압류하지 못하도록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건보공단이 반발해 항고했으나 지난 11일 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건보공단은 검찰의 지도를 받으며 재항고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 떨어져 건보공단이 조 회장의 재산을 가압류해 부당 이득을 환수하려는 시도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건보공단은 조 회장이 얻은 전체 부당이득금 가운데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1,000억원을 환수하고자 2018년 12월 초 조 회장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 단독주택과 평창동 단독주택을 가압류했다. 이에 조 회장 측은 건보공단을 상대로 가압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고, 법원은 지난해 12월 21일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법원은 “가압류 집행으로 신청인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며 가압류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에서 고용 약사 명의로 약국을 운영하면서 정상적인 약국으로 가장해 건보공단 등에서 1,522억원가량의 요양급여와 의료급여를 부정하게 타낸 혐의(약사법 위반 등)를 받는다. 현행법상 약국은 약사 자격증이 없으면 개설할 수 없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조 회장이 약국 개설을 주도하고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는 등 약국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보고 조 회장을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등 혐의로 지난해 10월 15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약국 약사 이모(65)씨와 이씨의 남편 류모(68)씨도 약사법 위반과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아울러 건보공단은 사무장약국 운영에 개입한 정석기업 사장 원모씨와 약사 2명에게 150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조 회장 측은 사무장약국을 운영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조 회장 측은 “사무장약국을 운영한 적이 없으며, 약사가 독자적으로 운영한 것”이라며 “재판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