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된 가운데 안 전 지사의 부인이 “이번 사건은 ‘미투’가 아니라 불륜 사건”이라며 2심 재판부 판단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인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2차 가해”라며 항의했다.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씨(사진)는 14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륜의 가해자인 김지은씨를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김씨가 아니라 저와 제 아이들”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안씨의 불명예를 아무 잘못 없는 저와 제 아이들이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끔찍해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이유를 말했다.
민씨는 앞서 1심 재판 당시 법정에 나가 증언했던 ‘상화원 사건’을 다시 상세히 적으며 김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화원 사건은 지난 2017년 8월 안 전 지사 부부가 충남 보령의 휴양시설 ‘상화원’에서 주한 중국대사 부부를 접대하는 일정 중에 벌어졌다. 김씨가 같은 건물의 숙소 2층에 묵던 안 전 지사 부부 방에 몰래 들어갔는지가 쟁점이었다. 민씨는 “부부 침실까지 침입한 엽기적인 행태를 성폭력 피해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반면 김씨는 “방 안에 들어가지 않았고 안 전 지사가 다른 여성을 만나 불상사가 생길까 봐 문 앞에서 쪼그리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민씨의 주장을 믿었지만 2심은 김씨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민씨는 “김씨가 상화원에 들어온 날은 김씨의 주장에 의하면 두 번이나 성폭력 피해를 본 후”라며 “그런 사람이 수행비서의 업무를 하기 위해 가해자 침실 문 앞에서 밤새 기다리고 있었다는 주장을 수긍하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민씨에 대해 “2차 가해행위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성토했다. 공대위는 “해당 글의 내용은 1심 재판에서도 제기됐던 주장이며 2심 재판에서 객관적 사실 등에 의해 배척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지사가 상고함에 따라 사건의 판단은 대법원의 몫이 됐다. 대법원은 법률심이어서 추가로 제기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는다. 다만 2심이 진술 신빙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할 경우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이날 법무부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8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지 일주일 만에 안양교도소 미결수용실로 옮겨졌다. 대법원 규정에 따라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는 통상 구치소에 수용된다. 하지만 구치소 과밀수용 문제를 고려해 법무부는 대법원 재판 단계의 미결수를 구치소 인근의 교도소로 이감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