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은 에너지가 많은 배우다. 촬영장에서 에너지를 얻는 그는 현장의 공기를 즐기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현장의 기운을 하나 하나 소중하게 수집하는 컬렉터였다.
“현장의 순간 순간, 그 느낌을 모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배움을 얻고 싶은 거죠. 영화 하나에 꼭 한 두 가지 이상을 배워가요. 그거 하나면 된다는 생각이 들면 에너지가 생겨요.”
올해 류준열은 한준희 감독의 신작 ‘뺑반’을 시작으로, 영화 ‘돈’ ‘전투’로 연이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최근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그 어느 해보다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며 “계속해 발전하는,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개봉한 영화 ‘뺑반’은 통제 불능 스피드광 사업가를 쫒는 뺑소니 전담반, 뺑반의 고군분투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이다. 영화 관련 이야기를 할 때 그 누구보다 신나서 이야기를 하는 류준열은 “‘뺑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민재라는 인물이 굉장히 열려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고 했다. 어떻게 연기를 하냐에 따라 입체적으로 쌓아갈 수 있는 지점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감독님과 작품 및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코드가 정말 잘 통했다.”고 털어놨다.
매뉴얼보다 본능으로 뺑범을 잡는 순경 ‘서민재’란 캐릭터에 대해 “과거와 사연이 있는 친구이지만 속을 잘 알 수 없는 인물이다. ” 며 “1부와 2부의 인물이 달라보길 원했다”고 주요 포인트에 대해 설명했다. 류준열은 ‘서민재는 ’본인만의 뚝심으로 수사를 하는 경찰로 해석했다.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서민재란 인물에게 그 정보는 굳이 중요하지 않다. 요즘 시대에 ‘2G폰을 쓰는 독특한 친구’라는 차원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걷겠다’는 주관이 있는 친구이다.”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류준열은 ‘소준열’로 불리고 있다. 그에겐 일을 접고 신체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휴식’의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면의 에너지를 비우고 또 채우는 일을 잘 하는 게 바로 ‘휴식’이었다. 그는 “나의 감정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털어놨다. 다음 작품을 위해 내면을 ‘영감’으로 채우는 배우와의 인터뷰는 흥미로웠다.
“불과 1, 2년 전 만해도 잘 쉰다는 것은 배우의 삶을 떠나 개인적인 삶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봤다. 데뷔하기 전 해왔던 것들을 꾸준히 하는 것 말이다. 그게 나에겐 ‘쉰다’는 의미였다. 지금은 나의 감정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휴식의 문제가 아니다. (배우로서)감정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내고 보니, 영감을 받는 게 중요하더라. 어느 순간에 그게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 영감이 뭐가 됐든 채워넣고 쌓아 놓는 게 중요하다. 다음 연기할 때 잘 쌓아놓은 그 영감을 빼서 사용하게 되니까.”
열심히 일하고, 류준열 다운 ‘휴식’의 서클을 잘 유지하고 있지만 그에게도 막연한 ‘두려움’은 있었다. 그런 그를 잡아주는 건 ‘정직한 방향성’이었다. 옳은 것을 향해 가는 배우는 누군가의 잣대에 좌지우지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불안함이 크진 않다. 일 하면서 나름 잘 쉬기도 하니, 완급 조절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가끔 막연한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하다 보면 저들처럼 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그런 순간엔 ‘정직하게 쭉쭉 가다보면 되겠지’ 란 생각이 다시금 날 잡아준다.”
영화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호흡하는 순간, 류준열은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배우에게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란다. ‘잘생김을 연기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이 제가 하는 역할이나 인물에 공감을 하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라며 위트 있게 받아쳤다.
2월 방송 예정인 여행 예능 프로그램 JTBC ‘트래블러’를 통해 쿠바를 다녀온 류준열은, 언젠가 될지는 모르지만 사진 전시도 계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쿠바 여행을 하며 한동안 재즈 음악에 빠져 있었던 그는 또 다른 컬러의 영감을 받은 듯 했다. 그가 다음 작품에서 보여 줄 또 다른 에너지가 궁금해진다.
인터뷰 시간을 즐기며 질문에 답을 이어가던 류준열은 “전작보다 성장했고, ‘저란 배우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 말만 들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적과 흥행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보였다. ‘류준열의 행복한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쌓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