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전문점. 매장 곳곳에는 ‘다회용컵 이용을 바란다’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일회용 종이컵을 들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매장 밖 사용을 전제로 일회용컵을 배부하지만 막상 이를 어겨도 점원이 제재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날도 서비스데스크를 정리하던 점원이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머그잔으로 바꿔드리겠다’고 제안하자 오히려 “나가면 될 거 아니냐”며 역정을 내는 모습이었다. 아르바이트 점원 한지희(31)씨는 “출근길에 손님이 몰릴 때는 준비한 머그잔이 부족하기도 하고 곧 다시 나간다며 일회용컵을 원하는 고객도 있어서 규정대로 하기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4월 ‘재활용 폐기물 대란’이 일상을 습격한 후 곳곳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일회용품이 우리 생활에서 사라지는 날은 요원하다. 지난 2015년 우리나라 일회용컵 사용량은 연간 260억개. 이 가운데 일회용 종이컵이 차지하는 비중은 63%(166억개)에 달한다. 하지만 일회용 종이컵을 재활용하는 비율은 고작 10%도 채 안 된다. 일회용 종이컵 내부에 폴리에틸렌(PE) 성분이 코팅돼 있어 매립을 해도 썩지 않고 소각하면 유해가스가 배출된다. PE 코팅은 물이나 커피를 종이컵에 담았을 때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 장치지만 역으로 ‘이름만 종이’인 컵을 만드는 원인이 됐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소포장 제품이 매대의 주류를 차지하면서 일회용품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택배물동량이 매년 10% 이상 증가하며 수송 목적의 포장재가 급증한 것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국내 총 폐기물 발생량은 최근 7년(2010~2016년)간 연평균 약 2.3%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늘어나는 폐기물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제품 속에 여러 재질이 섞여 있기 때문에 분리·선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폐지’일 경우 폐신문지나 폐골판지, 그 외 종이 정도로 분류가 간단하게 끝나지만 폐플라스틱은 생수병이냐, 요구르트병이냐, 전선이냐에 따라 원료별 재질이 다르고 색이 있거나 이물질이 묻어 있어 분리가 어렵다. 결국 이는 자원 순환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국내 페트병은 접착제를 사용해 라벨을 붙이고 있어 각 가정에서 분류를 제대로 하더라도 병과 라벨의 분리가 어려워 재활용이 어렵다. 반면 일본은 1992년부터 페트병 라벨에 접착제를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고 이중으로 절취선을 넣어 소비자가 쉽게 라벨을 분리해 폐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정부가 최근 시행한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른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나 효과적인 자원 순환 시스템 구축 등은 아직은 과도기”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조단계에서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기업들이 재활용이 편리하게 포장재를 개선하거나 문제가 되고 있는 과대포장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는 좁은 국토면적 때문에 추가적인 폐기물 매립지 건설이 어려운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해 순환경제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월부터 ‘자원순환기본법’ 시행에 들어갔다. 한정된 천연자원을 되도록 적게 사용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대신 재활용을 통해 경제에 다시 환류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환경부 등 관계부처는 생산과 소비, 관리와 생산 등 모든 단계에서 법을 뒷받침하는 세부 지침을 만들고 실태 점검과 규제에 들어갔다. 특히 소비 분야에서 △대체 가능한 일회용품 사용 제로화 △불필요한 과대포장 근절 △지방자치단체별 생활폐기물 감량 등을 중점적으로 진행하며 자원 순환 문화를 조성하고 널리 퍼뜨리는 데 방점을 찍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