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세계는 '쇼핑 데스티네이션' 전쟁]'현금·카드' 필요없는 쇼핑...韓선 '혁신' 中선 '일상'

■中은 이미 O2O 넘어 O4O

알리바바 스마트 식품매장 '허마셴성'

모바일·온라인 주문 30분내 배송

알리페이·위쳇페이 결제 일상화

구멍가게서도 QR코드 결제 척척

중국의 유통업 발전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가파르다. 속도를 높여주는 촉매는 정보기술(IT)로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어떤 것도 구매할 수 있는 쇼핑 천국을 만들었다.

중국 유통 업체들은 이미 온·오프라인의 결합을 뜻하는 O2O(Online to Offline)를 넘어 오프라인의 새로운 수익 창출로까지 나아가는 O4O(Online for Offline)를 실천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새벽배송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지만 중국에서는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30분 안에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이미 보편적이다. 중국은 간편결제 수단의 발달로 ‘현금 없는 매장’이 당연해졌지만 한국은 아직 일부 커피전문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 중인 수준이다.




허마셴성의 한 매장에서 생수를 구매하기 위해 휴대폰 앱에 설치된 QR코드를 스캔하고 있다.      /박준호기자허마셴성의 한 매장에서 생수를 구매하기 위해 휴대폰 앱에 설치된 QR코드를 스캔하고 있다. /박준호기자



지난 14일 상하이의 주택밀집지역인 샨린에 위치한 식품전문매장 ‘허마셴성’의 한 점포. 생수와 먹을거리 몇 가지를 사려고 결제기기에 왔지만 간편결제 수단인 즈푸바오(알리페이)가 없으면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결국 결제기 옆에서 대기하던 점원에게 현금을 준 다음 그의 알리페이 계정으로 대신 결제해야 했다. 이처럼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는 쇼핑의 최전선에 중국 유통 업체들이 있다. 허마셴성은 2015년 상하이에 첫 매장을 낸 이래 알리바바그룹의 투자를 받으며 온·오프라인이 융합한 신유통을 대표하는 모델이 된 지 오래다. 현재 상하이·베이징 등 주요 도시 13곳에서 총 4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알리바바 측은 상하이 등 일부 매장이 이미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간편결제·배송 등 중국 유통 업계의 혁신 사례들이 처음 등장하는 곳으로 통한다.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이 허마셴성 매장 내에 설치된 레일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박준호기자장바구니에 담긴 상품이 허마셴성 매장 내에 설치된 레일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박준호기자


한국에서 이제야 온·오프라인의 융합 사례로 소개되는 것들이 허마셴성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신유통체제에서는 새로울 게 없었다. 우선 고객이 온라인·모바일로 농수축산물 등 신선식품 주문을 완료하면 매장에서 3㎞ 이내에 위치한 경우 30분 안에 받아볼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천장에 설치된 레일이다. 실제 매장을 찾아보니 천장에는 인테리어 대신 아래쪽에 그물을 씌운 채 레일이 설치돼 있었다. 고객이 장바구니에 담은 물건을 신속하게 배달하기 위한 장치다. 국내에서는 롯데마트가 올 상반기 중 일부 매장에 시험적으로 도입할 예정인 서비스다. 허마셴성 매장에서 만난 한 30대 중국인 남성은 “신선식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사야 한다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주문 후 배송된 상품을 봐도 품질에 문제가 없었다”며 “우유의 경우 플라스틱 용기에 생산한 요일별로 다르게 포장해서 내놓기 때문에 구분하기도 편했다”고 말했다.

허마셴성의 수산물 매장. 전자가격표시기와 함께 모바일 앱으로 결제하면 조리해준다는 안내문이 있다. /박준호기자허마셴성의 수산물 매장. 전자가격표시기와 함께 모바일 앱으로 결제하면 조리해준다는 안내문이 있다. /박준호기자


매장을 직접 찾은 고객을 겨냥한 서비스도 다양하다. 매장에서 해산물 등 다양한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이른바 그로서란트(Grocery+Restaurant) 콘셉트도 보편화됐다. 수산물 내 조리 코너에서 결제를 끝내면 즉석에서 조리해준다. 이 때문인지 매장 전체의 상당 부분이 수산물 관련 코너로 채워져 있었다. 알리바바그룹 측은 “캐나다산 랍스터, 워싱턴산 체리, 노르웨이산 연어를 비롯한 세계 50여개 국가·지역에서 들여온 다양한 해산물·과일·육류 및 기타 신선 농산물을 제공한다”며 “특히 신선한 활어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총매장면적 중 20%에 수족관을 설치했다”고 설명한다. 과일을 착즙해 주스로 만들어주는 자판기도 한편에 설치돼 있어 간편결제 한 번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굳이 허마셴성을 거론하지 않아도 IT를 활용한 중국 유통 업계의 발전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IT 강국으로 꼽혔던 한국에서 이제야 O2O가 대중화하고 O4O는 일부 기업의 구호 수준에 그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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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한 담배 가게에 즈푸바오(알리페이)와 웨이신페이(위챗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중국에 간편결제 수단이 얼마나 보편화됐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박준호기자상하이의 한 담배 가게에 즈푸바오(알리페이)와 웨이신페이(위챗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중국에 간편결제 수단이 얼마나 보편화됐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박준호기자


이미 중국에서 보편화된 간편결제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현금을 대체한다면 중국에서는 즈푸바오(알리페이)·웨이신페이(위챗페이) 등이 현금의 사용을 메웠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내장된 개인용 QR코드 혹은 바코드만 있으면 물건을 구입한 후 결제가 가능하다. 가로변 구멍가게 크기의 담배 판매 상점에서도 결제가 가능할 정도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도 신용카드처럼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간편결제를 이용하다 보니 도입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신 신용카드는 받지 않는 곳이 많다. 허마셴성이나 용후이수퍼 등 주요 유통 업체들은 물론 주요 쇼핑몰에 위치한 상점에서 카드를 이용한 결제가 불가능했다. 실제로 기자가 상점에서 물건을 사려고 신용카드를 내밀었지만 결제를 할 수 없었고 준비해간 현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계산대에 사물인식카메라를 설치해 결제에 활용하기도 한다. 제품의 바코드나 QR코드를 스캔할 필요 없이 카메라에 물건을 비추기만 하면 상품을 인식해 결제로 이어지도록 한다. 한국에서는 관련 기술이 현재 개발 중인 반면 중국에서는 곧 도입이 예정돼 있다.
/상하이=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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