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올 4·4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7% 감소했다. 근로소득(43만500원)은 36.8%나 급감했다. 두 수치 모두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정부나 가족이 지원한 돈을 뜻하는 이전소득(58만5,100원)은 4분기 연속으로 근로소득보다 많았다. 정부 지원금이 늘어났는데도 1분위 총 소득 감소세는 뚜렷하다. 지난해 1·4분기 -8%로 시작해 △2·4분기 -7.6% △3·4분기 7%에 이어 4·4분기에도 소득이 급감했다.
2분위 소득도 -4.8% 감소한 277만3,000원을 기록했다. 3분위는 1.8% 늘며 410만9,800원을 나타냈고, △4분위 557만2,900원(4.8%) △5분위 932만4,300원(10.4%) 등으로 조사됐다. 소득 분위가 높을 수록 가구 소득이 더 크게 증가한 셈이다. 그 결과 소득 5분위 배율(상위20%/하위20%)은 5.47로 4·4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정부가 투입한 복지·고용 예산 144조6,000억원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경제정책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라 1분위 가구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없어진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며 “이전소득까지 고려한다면 상황이 더 심각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지역·업종에 따라 일부 완화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