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브랜드·디자인·영업비밀 등에 돈을 대는 지식재산(Intelletual Property·IP)투자가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 색채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민간이 들어오며 투자 수익과 기업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추세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출범한 기업형벤처캐피털(CVC) 하나벤처스를 통해 1,000억원 규모로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IP펀드 운용경험 인력을 영입한 하나벤처스는 IP를 활용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흥국증권은 지난 2017년 말 특허청 산하기관에서 전문가를 영입해 증권업계 최초로 특허투자팀을 신설했다. 좋은 특허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면 투자금 일부는 특허침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데 쓴다.
2012년 설립한 아이디벤처스는 민간에서 최초로 IP펀드를 설정해 최근 1호 펀드 청산을 앞둔 이 분야의 강자다. 아이디벤처스는 IP를 가진 기업에 일종의 전환사채(CB) 형태로 투자한 뒤 출자 전환해 기업 성장 시 이익을 공유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IP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을 때 손실위험은 크지만 제대로 사업화가 되더라도 수익이 적은 단점을 주주가 돼 보완하는 것이다.
저평가된 특허를 찾아내 수익화하는 투자기업인 아이디어허브는 사물인터넷(loT) 관련 표준 특허를 보유하면서 미국의 방산기업 허니웰, 스마트 주차 솔루션 기업인 스트리트라인 등으로부터 로열티 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성장금융도 올해 2·4분기 IP투자 전략을 포함한 기술금융 펀드를 1,250억원 규모로 조성해 마중물 역할을 맡는다.
해외에서는 벤처기업의 특허를 사들인 뒤 특허를 침해하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특허괴물’ 전략이 익숙하다. 미국의 퀄컴 등은 이 같은 전략을 대규모로 펼치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국내외 업계에서 특허괴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특허 수익화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민간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아직 특허 투자는 투자자 설득이 쉽지 않다. IP펀드의 한 관계자는 “국내도 해외처럼 제대로 된 특허출원 체계가 잡히고 특허 수익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중소벤처기업에도 새로운 자금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원·조윤희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