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덕 한국전력 부사장(기획본부장)은 지난해 한전이 6년 만에 적자 전환을 하게 된 원인에 대해 “탈원전 때문이라는 건 전혀 맞지 않는 지적”이라며 “연료비 상승과 전력 수요 증가, 일부 정책 비용증가가 적자의 82% 원인이고, 원전 이용률 감소는 18%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이 분석한 영업비용 증가 원인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수입연료의 국제가격이 2017년 대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발전 자회사의 연료비 부담이 3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유연탄은 21%, LNG는 16% 가량 가격이 올랐다. 또 발전자회사 외 민간발전사로부터 구매한 전력비용도 전년 대비 4조원 늘었다. 민간발전사는 주로 LNG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LNG 가격의 상승은 여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 원전 이용률이 2017년 71.2%에서 지난해 65.9%로 하락하면서 한전이 한국수력원자력 대신 민간발전사에서 비싼 LNG 전력을 사들였다. 이 밖에도 새로운 발전소 준공에 따른 감가상각비도 4,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여름철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기판매수익은 2조2,000억원 증가했지만 적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전의 이러한 실적 분석에 대해 탈원전 정책의 영향을 교묘하게 피해가려는 설명이라고 반박한다. 애초에 가동비용이 낮은 원전의 이용률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값비싼 LNG 발전을 늘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안정적으로 값싼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발전원을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 데, 한전이 그렇게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원전이 줄면 연료비가 비싼 LNG 발전을 늘려야 하고, 이에 따라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전은 원전 가동률이 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1,9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원전 가동률이 2%포인트만 높았어도 지난해 영업적자는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발전자회사들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늘릴 수록 한전의 부담이 커지는 것도 적자의 실질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21개 대형 발전사업자들은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 비율을 채우지 못하면 개별 발전사업자들로부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충당해야 하는데 한전이 이를 보전해주고 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이 한수원과 발전 5사(남동·남부·중부·동서·서부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비용은 2030년까지 총 8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한전의 올해 여건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해 2조4,0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2019년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계획(안)’을 최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아직은 수익성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려야 하는 발전자회사들이 적자가 나면 한전이 이를 보전해줘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전 자회사들이 적자가 발생하면 한전은 적자가 나더라도 이를 보전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한전을 포함한 전력그룹사들의 재무구조가 점차 악화되면 결국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요금은 한전의 비용에 해당하는 적정 투자보수와 적정 원가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가를 받아야 한다. 박 부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이나 현실화에 대해서는 우리도 고민이 많지만 이런 것은 국민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부와 협의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히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한전은 이에 대해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겠는 입장이다. 박 부사장은 “각종 비용절감, 신기술 적용 공사비 절감, 제도 개선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건전성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강도 비용 감축 대응에 주주 배당도 어려울 전망이다. 박 부사장은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민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부와 협의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히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