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원조 반입 놓고 충돌...베네수엘라 유혈사태 확산

軍, 최루탄·고무총탄 발포에

주민 4명 사망·300여명 부상

마두로 "인내심 고갈됐다"

콜롬비아 외교관 추방 명령

23일(현지시간) 콜롬비아와 국경을 접한 베네수엘라 우레냐의 한 국경 다리에서 원조 반입을 두고 야권 지지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우레냐=AFP연합뉴스23일(현지시간) 콜롬비아와 국경을 접한 베네수엘라 우레냐의 한 국경 다리에서 원조 반입을 두고 야권 지지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우레냐=AFP연합뉴스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군의 발포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유혈사태가 벌어지면서 극도의 혼돈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시사하고 마두로 현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남미 10여개국으로 구성된 외교모임 ‘리마그룹’은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어 벼랑 끝 승부로 내달리는 양상이다.

23일(현지시간)로이터·AP·AFP통신·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국경과 접한 베네수엘라 남동부 산타 엘레나 데 우아이렌에서 원조 반입을 두고 군과 주민들이 충돌해 최소 4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전날 구호품 반입 저지를 위해 국경이 폐쇄된 베네수엘라의 브라질 접경지역에서 군과 원주민들의 충돌로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추가로 인명 피해가 난 것이다.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군이 시위대를 강력 저지하면서 유혈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군은 야당 의원들과 야권 지지자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포했다. 이에 시위대는 타이어와 군복을 태우고 돌을 던지고, 버스를 탈취해 불을 지르며 저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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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대통령은 시위대 진압과 함께 외교적 강공책도 들고 나왔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친정부 지지자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집회에서 “인내심이 고갈됐다”며 야권의 원조 반입을 지원한다는 이유를 들어 콜롬비아와의 정치·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또 콜롬비아 외교관들에게 24시간 이내에 자국을 떠나라고 명령하는 등 국제적 압력에도 정권 다잡기에 집중했다.

반면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강하게 압박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5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만날 계획이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베네수엘라의 정국혼란 사태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이처럼 마두로 정권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높아지면서 충성을 맹세했던 군에서도 일부가 이탈하는 등 내부에서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가수비대 군인과 경찰 등 23명이 탈영해 콜롬비아에 투항했고 우고 파라 마르티네스 소령은 동영상을 통해 마두로 정권을 거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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