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인건비 아끼자"...중소 IT도 베트남 러시

개발자 등 IT 인력 풍부하고

임금은 국내의 30~50% 수준

최저임금 인상 부담커진 中企

현지법인·사무소 설립 잇따라

중소기업중앙회가 베트남 호치민에서 개최한 수출상담회에 참가한 관련 기업들이 현지 바이어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중소기업중앙회가 베트남 호치민에서 개최한 수출상담회에 참가한 관련 기업들이 현지 바이어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2615A18 베트남


#경기도 분당의 한 정보통신(IT) 업체는 연내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굳이 국내 사업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상민(가명) 대표는 “국내의 경우 한 명의 IT 개발자에게 월 200만원 이상을 지급해야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3분의 1 수준인 70만원 정도만 지급하면 된다”며 “국내 기술자보다 수준이 낮다고 하지만 유지·보수 등 단순 작업의 경우 베트남 출신 개발자들도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고 말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상 섬유나 핸드폰 부품 등 노동집약적 제조업이나 대기업 납품에 그치던 국내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중소 정보통신(IT) 업계로 확산하는 추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인건비가 국내의 30~50% 수준에 그치는 베트남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국내 IT 기업이 베트남 진출을 추진하는 이유는 필요 인력이 풍부한 데다 기술 수준이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2015 세계경제포럼(2015 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배출되는 공학 분야 졸업생은 연간 10만명 규모로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많다. 같은 기간 국내 공학 분야 졸업생은 약 14만 8,000명으로 베트남의 1.5배에 그쳤다. 하지만 인건비 격차는 3배나 벌어진다. 베트남의 인력관련 정보 기업인 ‘퍼스트 얼라이언스(First Alliance)’의 ‘2018 샐러리 가이드(2018 Salary Guide)’에 따르면 호치민시에서 근무하는 경력 3년 미만 IT 개발자의 월급은 500~1,000달러(약 56만~112만원) 수준이다. 국내의 경우 통상 2,400만원에 초봉이 시작되는 것과 비교할 때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경영 환경은 국내 IT 기업들에게 매력 요인이다. IT 기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최진호(가명) 대표는 “솔루션 개발이나 O2O(온·오프라인 연계) 분야의 창업이 늘어나면서 기술 수준이 양호한 개발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며 “개발자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보니 개발자 몸값은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비용 부담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베트남은 매력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몇 달 전 중견기업으로부터 홈페이지와 앱 등 제작 의뢰를 받고 5,000만원의 견적가를 제시했지만 비싸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이후 해당 기업이 해외 업체와 2,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베트남 진출을 서둘러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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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중소 IT기업들은 이미 베트남에 법인이나 사무실을 차려 놓고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주로 앱이나 플랫폼 등을 제작하기 위한 법인을 세우거나 국내에서 만든 앱이나 프로그램의 유지·보수 등을 전담하는 사무소를 차리는 형태다. 호치민 한인상공인연합회인 코참(KOCHAM)에 가입한 IT 관련 기업만 약 50곳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한국인 1~2명과 베트남인 20명 내외로 이뤄진 중소기업이다.

조종용 중소기업중앙회 베트남사무소장은 “아직은 베트남 현지 업체가 앱이나 서비스 개발에 있어 한국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높은 퀄리티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한국 업체의 경우 단순 코딩을 제외한 PM(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이나 기획은 본사 직원이 직접 지휘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현지 관계자는 “최근 한국인 개발자들이 베트남의 앱 개발자 3~4명과 함께 부동산 관련 앱을 개발하기 위한 사무실을 열기도 했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작은 규모의 IT 기업들도 베트남 진출에 관심이 많아 문의가 많이 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개발자들의 한국 기업 선호도 역시 이 같은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통상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을 높이 사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려는 의지가 강한 편이다. 이주현 코트라 베트남 호치민 무역관은 “베트남의 경우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외국어 능력도 갖추고 있으면 경력 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해 이직할 때도 일반 개발자보다 월 기준 200~300달러를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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