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3년 출범한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 역대 최고 외국인선수는 누구일까. 데얀 다먀노비치(수원)가 아마 첫손에 꼽힐 것이다. 그는 K리그 한 시즌 최다골(31골·2012년) 기록 보유자로 2011~2013년 3시즌 연속 득점왕 기록도 가지고 있다. 2003년까지 9시즌 동안 부산과 수원·성남에서 모두 우승한 ‘우승 청부사’ 사샤 드라쿨리치, 1996년까지 포항에서만 5년을 뛴 ‘유고 특급’ 라데 보그다노비치, K리그 13시즌 경력에 한국으로 귀화까지 한 러시아 출신 신의손(발레리 사리체프)도 팬들이 기억하는 전설의 외국인선수다.
지난해 국내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1·2부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말컹(전 경남)이 중국 슈퍼리그로 떠났지만 새 시즌 K리그는 말컹이 그립지 않다. 화려한 경력으로 무장한 외국인선수들이 대거 한국을 찾았기 때문이다. 월척과 준척급 외국인선수들이 올해처럼 한꺼번에 몰린 적은 일찍이 없었다. 한국에서 검증을 거치고 거액에 중국 등으로 넘어가는 패턴이 되고 있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이적료로 새로운 투자에 나서면 된다. 다음달 1일 개막하는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은 외인들에 대한 어느 때보다 큰 기대감 속에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과연 데얀 등 전설들의 대를 이을 최고 외국인선수가 탄생할 수 있을까.
가장 주목받는 새 얼굴은 미드필더 조던 머치(경남)와 공격수 알렉산다르 페시치(서울)다. 머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의 20대 선수(1991년생)라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그는 카디프시티 시절 김보경, 퀸스파크 레인저스 때는 윤석영, 크리스털 팰리스에서는 이청용과 한솥밥을 먹었다. 2016-2017시즌까지 EPL 그라운드를 밟았고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밴쿠버를 거쳐 경남의 품에 안겼다. 머치는 26일 미디어데이에서 “그라운드에서 매번 다른 골 세리머니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경남은 말컹을 보내며 챙긴 60억원 등 이적료로만 100억원 가까운 여윳돈을 마련했다. 지난해 준우승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본선 티켓을 따내며 경쟁력을 확인한 경남은 이 돈으로 머치와 룩 카스타이흐노스를 샀다. 카스타이흐노스는 네덜란드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밀란과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에 몸담았던 공격수다.
페시치는 서울이 국내 프로축구 외국인 최고 대우(연봉 15억원 이상)로 영입한 공격수다. 2017-2018시즌 세르비아리그 득점왕(25골)과 올해의 선수에 올랐고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리그를 찍고 서울로 건너왔다. 190㎝의 큰 키까지 갖춘 페시치는 외국인 공격수 중 가장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위로 망신을 당했던 서울이 명예회복을 위해 꺼내 든 회심의 카드다. 서울의 맞수 수원은 기존 데얀에 호주리그 득점왕 출신 아담 타가트로 서울과의 ‘슈퍼매치’ 라이벌전을 준비한다. 지난해 서울에서 수원으로 옮겨 13골 3도움을 올린 데얀은 14골을 보태면 K리그 외국인 최초 200골의 새 역사를 쓴다.
이 밖에 지난해 울산이 EPL 맨체스터 시티에서 임대로 데려온 믹스 디스케루드, 박항서 감독의 수제자로서 K리그 진출로 코리안 드림을 이룬 베트남의 응우옌 꽁프엉(인천) 등도 K리그 흥행을 이끌 후보들이다. 지난해 경기당 유료관중이 5,445명이었던 K리그는 올해 6,000명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K리그 최강은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다. 최근 10년간 여섯 번이나 우승했다. 새 사령탑 조제 모라이스의 리더십이 변수다. 울산과 경남 등이 ‘1강’ 구도를 깰 강력한 도전자로 전망된다. 개막전은 3월1일 오후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전북과 지난해 FA컵 우승팀 대구가 맞닥뜨린다. 전체 12개 팀이 33경기씩 치른 뒤 스플릿 시스템으로 상·하위 6팀씩 나눠 같은 스플릿끼리 5경기를 더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