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깊고 가파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메모리반도체 매출에서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D램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두 달 연속 두자릿수로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27일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월 D램 고정거래가격은 개당(DDR4 8Gb 기준) 5.13달러로 전월 대비 14.5% 하락했다. D램 가격 하락폭은 1월 17.24%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D램 가격은 올 들어 31.7%나 떨어졌다. 낸드 가격도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2월 낸드 가격은 개당(128Gb MLC 기준) 4.22달러로 전월 대비 6.64% 내렸다. 2014년 2월(-11.14%)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두 달 연속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은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 상반기까지 수요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고객들이 상반기 동안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고 구매를 늦추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메모리반도체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생산이 많고 수요가 부족한 공급과잉 상황에서는 공급사와 수요처 간 가격 줄다리기에 따라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생각보다 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23.3%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 4월(-26.2%)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