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유치원 비리 터진 지 4개월간 한 게 뭔가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소속 유치원의 개학연기를 강행하기로 했다. 4일부터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는 지난달 28일의 발표를 재확인한 것이다. 한유총은 개학연기에 동참한 사립유치원이 전국적으로 1,530여곳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부가 예상한 380여곳을 크게 웃돈다. 한유총 말대로 많은 유치원이 개학을 늦추고 폐원까지 불사할 경우 이곳저곳에서 보육대란이 벌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긴급 돌봄’을 제공한다지만 자녀 맡길 곳을 찾아 발을 동동 구를 학부모들을 생각하니 안타깝다. 맘카페 등에서는 개학연기 유치원 정보 등을 공유하며 속을 태우고 있다고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보육을 돈벌이로만 여기고 비리를 저지른 일부 유치원의 책임이 무겁다. 잘못을 시정하려는 노력보다는 사유재산 침해 운운하며 강경투쟁만 외쳐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하지만 유치원 비리가 터진 지 4개월이 지나도록 사태 해결은 못 한 채 한유총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불거진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벌써 넉 달이나 지났는데도 상태가 진정되기는커녕 되레 악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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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 여당은 사립유치원 3법 제정과 국가회계 시스템 편입으로 한유총을 압박하는 데 집중했다. 대화보다는 ‘법대로 대응’ 방침을 밝히며 몰아붙이기에 바빴던 게 사실이다. 3일에도 교육부는 ‘국민 81% 유치원 3법 찬성, 23%만 재산권 침해에 수긍’이라는 내용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 자료를 공개하며 한유총의 기자회견에 맞서 여론전을 폈다. 교육감들은 ‘한유총 설립허가 취소’ 언급까지 했다.

이렇게 길을 막고 몰아붙이기만 하니 상황이 좋아질 리 있겠는가. 교육부의 ‘무능·불통’이 교육을 망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한유총에 정부가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한유총에도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대화로 문제를 풀기를 바란다니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바란다. 한유총도 유치원 문은 열고 주장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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