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3연임 포기' 함영주 하나은행장 "조직 위해 희생..많이 고민한 결과"

■ 본지인터뷰서 담담히 소회 밝혀

관치논란 확대에는 부담 느껴

'연임 반대' 노조엔 서운함 토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개인을 포기하고 조직을 위하는 게 여태 살아왔던 방식입니다. 여러 아쉬움도 있지만 그런 마음이 있어 결단을 내리게 됐습니다.”

함영주(사진) KEB하나은행장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3연임 도전을 포기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통화 내내 차분한 목소리를 보인 그는 “나 하나를 태워 조직을 안정시키고 직원들 고생을 시키지 않으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이 낙마시켰다는 관치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서도 ‘시골 촌놈’이라는 그의 별명답게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거취라는 설명을 반복했다.

지난 2월28일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앞두고 함 행장은 스스로 차기 행장 후보를 고사하고 고향 부여로 떠났다. 앞서 금감원이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3명을 면담하면서 “재판을 받고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은행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며 지배구조 리스크 문제를 경고한 데 따른 부담 때문으로 해석된다.


함 행장은 “조직을 위해 나 하나 희생하면 되고, 그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년 7개월 동안 통합 은행장을 하면서 건강도 많이 나빠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많이 힘들었다”면서 “많이 고민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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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지난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 도전 과정에서도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사상 초유의 강대강 대치를 빚었다. 그 과정에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채용비리 이슈에 얽혀 낙마했고 함 행장의 3연임 포기가 그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 내부의 신뢰가 두터워 함 행장의 3연임 가능성은 높았으나 이를 강행할 경우 당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당국과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던 하나은행은 지난 2년간 지배구조 및 채용 관련 금감원 검사,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끊임없는 조사를 받았다.

함 행장은 강경상고를 나온 일반행원 출신으로 책임자와 관리자를 거쳐 은행장까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의 3연임 도전 포기 소식을 듣고 일부 직원들은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해 2조9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2년 연속 2조 클럽에 가입하는 경영성과를 이뤄냈고 올해 1월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으로 4년 만에 화학적 통합을 이뤄냈다. 함 행장은 “지주 부회장직은 연말까지 유지하므로 하나금융의 성장을 위해 계속 힘쓰겠다”고 밝혔다. 다만 화학적 통합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함 행장 연임에 반대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KEB하나은행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함 행장이 개인의 ‘결단’이라고 밝혔음에도 시중은행장 인사에 대해 당국이 사실상 개입했다는 ‘관치 논란’은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함 행장은 이를 다소 의식한 듯 “CEO의 용기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 임추위는 지난달 28일 지성규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새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하나은행 출신인 지 내정자는 중국유한공사 은행장 등을 지낸 ‘중국통’으로 김 회장이 아끼는 인물 중 하나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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