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입주해 곧 준공 50년 차를 앞두고 있는 서울 노후 대규모 저층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준공 50년을 앞두고 있는 대표적인 노후 저층 대규모 단지는 반포주공 1단지, 여의도 시범, 대치동 은마, 이촌동 한강맨션 등이다. 반포와 한강맨션이 속도를 내는 반면 시범과 은마는 깜깜 무소식이다.
반포주공1단지는 1970년대 ‘영동개발계획’(강남권 주택개발)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이 중 1·2·4주구는 전용면적 84㎡, 107㎡, 196㎡ (32평·42평·62평)로, 3주구는 72㎡(22평)로 지어졌는데 ‘호화’ ‘맨션’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면서 한동안 국내 최고급 아파트로 불렸다. 현재 1·2·4주구는 지난해 재건축 마지막 관문인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고, 3주구는 시공사 재선정 작업을 진행중이다.
1971년 입주한 이촌동 한강맨션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최초로 중산층을 겨냥한 이 단지는 89㎡ ~ 181㎡ 중대형 규모로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최초로 중앙공급 보일러가 설치됐고 온수가 상시 공급됐다. 최고 35층, 15개 동, 총 1,451가구로 새로 지어질 이 아파트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한 지 15년 만인 지난해 11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한강맨션과 한강사이의 강변북로 2만㎡를 덮고 공원화해 한강 접근성을 높이는 덮개공원 사업추진 등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올해 시공사 선정을 하는 것이 목표다.
반면 시범과 은마는 수십 년 째 담보상태다. 단지 내에 야외수영장을 갖춰 한강맨션과 함께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시범아파트는 올해로 준공 48년을 맞는다. 35층, 2,380가구 새 아파트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정 반대다. 2008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그리고 이번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스터플랜’이 보류 되면서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 됐다. 2008년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았지만 서울시 계획과의 정합성 등을 이유로 정비계획 변경안이 서울시 심의에서 번번이 탈락하고 있다. 아파트 노후화가 진행될 대로 진행된 이 단지는 시세 차익을 바라는 것보다도 하루빨리 주거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을 정도다.
입주 41년생인 강남 재건축 대장주인 은마아파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49층 초고층 재건축 계획을 추진하다 서울시 규제에 맞춰 이를 포기하고 계획을 수정했지만 여전히 정비계획안이 여전히 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은마아파트가 서울시에 제출한 정비계획안은 다섯 차례나 반려됐다. 서울시 도계위는 2017년 8월 추진위가 제출한 49층 초고층 재건축 계획안에 대해 ‘미심의’ 판정을 내렸다. 이후 주민 투표를 거쳐 35층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그해 12월 도계위에 자문을 신청했으나 또다시 보류 판정을 받았다. 추진위는 도계위 심의를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고 오는 6월부터 주민들로부터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