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금껏 내놓은 발전 부문 미세먼지대책의 핵심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이를 대체하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의 확대였다. 석탄이 아닌 가스로 발전을 하기 때문에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없고 황산화물도 나오지 않는 특성을 들어 정부는 ‘친환경 연료’로 소개했다. 연료비가 비싼 LNG발전을 늘리기 위해 발전용 LNG의 개별소비세를 91원40전에서 23원으로 대폭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LNG발전이 석탄발전보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은 것은 맞지만 질소산화물과 온실가스 배출 문제 탓에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초미세먼지 주범은 질산염, LNG발전에서 배출=우선 서울시에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됐을 때 황산염보다 질산염의 농도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로 변하면 질산염, 황산화물은 황산염이 되는데 LNG발전을 가동하면 질소산화물이 배출된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16~18일 서울시에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됐을 때 질산염 농도가 평상시의 10배 이상 증가했다. 평상시(1월9~12일) 질산염과 황산염은 모두 2.2㎍/㎥였지만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될 때는 질산염이 22.6㎍/㎥로 10배 이상 증가했고 황산염은 8㎍/㎥로 4배가량 느는 데 그쳤다.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초미세먼지가 고농도일 때 질산염이 황산염보다 많아지는 게 보고되고 있는데 질산염의 대기 중 체류시간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외부 요인보다 국내 요인이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라며 “질산염 농도를 높이는 데는 LNG발전, 자동차 배기가스, 가정용 가스보일러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아직 서울시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직접적인 원인이 수도권 지역의 LNG발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는 없지만 LNG발전의 무분별한 확대 정책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 회의 세 번 만에 급조된 미세먼지 전환계수=정부가 발전 부문 미세먼지대책에서 LNG발전을 ‘미세먼지 해결사’로 전면에 등장시키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정부가 발전소 배출 물질을 통해 미세먼지의 배출량을 추산하는 ‘미세먼지 전환계수’다. 지난 2017년 9월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개편됐는데 전문가 회의 단 세 번 만에 급조됐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도 “2017년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세울 때 세 차례의 전문가 회의가 진행됐고 그때 현재의 전환계수가 결정됐다”며 “학자마다 전환계수의 적합성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 다시 산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때 만들어진 미세먼지 전환계수는 유럽연합(EU)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경우 질소산화물은 0.079, EU는 0.68이다. LNG발전소에서 질소산화물이 1,000만큼 나올 때 우리식으로 계산하면 79만큼 초미세먼지가 배출됐다고 보는 것인데 EU는 이보다 8.6배 많은 680만큼 배출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한 LNG발전 확대 방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했다.
◇에너지원별이 아닌 발전시설별로 따져야…“원전은 미세먼지 없어”=전문가들은 에너지원별로 미세먼지의 영향을 따지는 것보다 발전시설별로 영향을 따져 대책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LNG발전이라도 엉터리 보일러를 사용하면 미세먼지가 많이 나오고 석탄화력발전이라도 최신 시설을 활용하면 적게 나오는 것”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에너지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발전시설에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미세먼지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의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유럽의 미세먼지 전환계수를 사용하면 LNG발전은 미세먼지 해결사가 아니라 주범이 되는 것”이라며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원전을 버리고 다른 대안을 찾다 보니 생긴 역설”이라고 말했다.
/세종=강광우·정순구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