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를 떠도는 희뿌연 미세먼지에 숨이 턱턱 막힌다. 잠깐만 외출하고 돌아와도 목은 따갑고 눈은 뻑뻑한 이런 날에 도무지 여행을 떠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집에만 가만히 틀어박혀 빈둥거릴 수는 없는 법. 때마침 서울관광재단이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이색 박물관’을 추천하고 나섰다. 이번 주말에는 무리한 야외 활동 대신 가족·연인과 함께 도심 속 박물관에서 유용한 정보도 얻고 나들이의 즐거움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이음피움 봉제 역사관’은 1970~1980년대 한국 패션 산업의 배후기지였던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에 위치한 박물관이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 박물관 인근에는 지금도 소규모 의류 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이음피움 봉제 역사관은 총 4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2층 상설 전시장은 대한민국의 산업화 과정과 봉제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하 1층의 봉제 체험실은 청바지와 미니스커트, 나팔바지 등 각 시대를 대표했던 의상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3층에는 기획 전시장, 4층에는 옥상 전망대가 자리한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서울 마포구에 있는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에 가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수 있다. 이곳은 일본군 위안부가 겪었던 참혹한 실상을 마주하고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개관한 박물관이다.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만행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있고 위안부의 유품, 고인이 된 피해자들의 얼굴 조형물도 전시돼 있다.
국내 유일의 ‘기생충 박물관’은 서울 강서구에 가면 만나볼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기생충에 감염된 채 살아가던 먼 옛날부터 1969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기생충 박멸 운동의 역사를 훑어보는 박물관이다. 기생충 연구를 통해 얻게 된 질병 치료의 성과들도 펼쳐진다.
이밖에 100년이 넘은 우리나라의 전기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보존한 서초구의 ‘한국전력 전기박물관’, 쌀의 가치와 농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중구의 ‘농협 쌀 박물관’도 아이들과 함께 가보면 좋을 곳들이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