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안방서 뺨맞는 트럼프, 인도와도 무역전쟁 '분풀이'

트럼프 "印시장 불공정" 비판에

USTR '무관세 특혜' 중단 발표

터키에도 GSP 불필요 판단한 듯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도 검토

'사면초가' 여론 뒤집기 안간힘




미국 내에서 민주당의 파상공세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또 다른 무역전쟁 채비에 들어갔다. ‘러시아 커넥션’에 대한 전방위 수사 등 각종 악재로 내년 재선 시나리오에 경고등이 켜지자 기존에 예고됐던 일본이나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인도·터키 등 신흥국까지 무역전쟁의 타깃으로 정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4일(현지시간) 터키와 인도가 일반특혜관세제도(GSP)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들의 무관세 특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미 의회와 당사국에 고지된 후 60일 이내에 변화가 없으면 대통령 선언으로 발효된다.

이날 USTR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의회에 서한을 보낸 직후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인도가 미국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접근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며 인도를 GSP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1974년 빈곤국이 무역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GSP를 도입해 120개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되는 3,500개 품목에 무관세 혜택을 부여해왔다. 하지만 USTR은 지난해 4월 인도가 미국 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무역장벽을 시행하고 있다며 인도의 GSP 지위 중단을 경고한 바 있다. USTR은 터키에 대해서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늘어 더 이상 GSP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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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기준 56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을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는 등 GSP 최대 수혜국으로 꼽히는 인도는 이번 결정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아제이 사하이 인도수출협회(FIEO) 회장은 로이터통신에 “농수산물·수공예품 등 노동집약 수출품의 미국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됐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인도와의 상품·서비스 무역에서 해마다 수백억달러의 적자를 떠안으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EU 등에 이어 인도가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무역전쟁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심심찮게 제기돼왔다. 게다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매긴 뒤 인도가 2억4,000만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맞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인도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단행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현지에 진출한 아마존과 월마트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일 보수진영의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인도는 관세가 매우 높은 나라”라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인도 상품에 똑같이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사실상 인도와의 무역전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달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과의 무역협상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수입산 티타늄스펀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전방위 무역전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날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티타늄스펀지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지난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가 부과됐을 때 근거가 된 법이다. 티타늄스펀지는 군용 항공기, 우주선, 위성, 해군 전함, 미사일, 탄환 등 광범위한 전략물품에 사용되는 금속으로 미국 내 소비의 60%를 수입에 의존한다.

하지만 2017년 미 무역위원회(ITC)가 자국 업체에 무해하다고 판단한 수입산 티타늄스펀지에 대해 또다시 안보 영향을 조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로이터는 “거의 쓰이지 않았던 냉전시대의 산물인 무역확장법 232조가 트럼프 행정부에서만 다섯번째로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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