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문패에 ‘가난한 집’ 써 붙여야 지원?…인니 빈곤층에 ‘낙인’ 논란

‘가난한 가족’이라는 문구를 붙인 인도네시아의 한 가정. /연합뉴스‘가난한 가족’이라는 문구를 붙인 인도네시아의 한 가정. /연합뉴스



인도네시아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정부 지원금을 받는 집에다 붉은 페인트로 ‘가난한 가족(Keluarga Miskin)’ 등의 문구를 찍도록 해 빈곤층에 ‘낙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조치로 일부선 기존 수혜자의 5분의 1이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트리뷴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남 수마트라 주 오간 코므링 일리르 군은 빈곤층 지원 사업인 희망 가족 프로그램(PKH)에 따른 혜택을 받는 3만5,526 가구의 현관에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표시를 하기로 했다. 붉은 글씨로 ‘가난한 가족’이나 ‘가난한 수혜자’(Miskin Penerima)란 문구를 새긴다면,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가난하지 않은 이들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오간 코므링 일리르 군 사회복지 사업 담당자는 “정말로 가난한 사람들만 지원을 받도록 하기 위해 각 마을 지도자들과 합의해 페인트로 표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조처는 서류 등을 위조해 정부 지원금을 불법 수령하는 행태를 방지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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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지 일각에선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야 할 처지인 사람들조차 ‘빈곤층’이란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해 해당 프로그램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1,595가구가 PKH 지원금을 받고 있었던 므수지 지역에선 현관에 페인트로 표시를 하게 하자 전체의 21.5%에 해당하는 343가구가 더는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국은 PKH 수혜자들이 빈곤에서 벗어나려고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소득 불평등 등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선 인구의 거의 10%에 해당하는 2,600만 명이 저소득 계층으로 분류되지만, 빈곤선 바로 위에 있는 주민이 상당수여서 사실상의 빈곤층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저소득 가정의 빈곤 탈출을 돕기 위해 2007년부터 PKH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8년에는 1,000만 가구가 18조 루피아(약 1조4,00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으며, 올해에는 34조 루피아(약 2조7,000억원)까지 지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날 PKH 지원 규모를 확대한다고 밝히면서 “PKH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충분한 영양을 제공해 건강하고 똑똑하게 자라나도록 돕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내달 17일 총·대선을 앞둔 조코위 대통령이 선심성 정책을 내놓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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