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들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배당 확대 등 기업을 옥죄는 경우가 잦아지는 가운데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도 비등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주주 우선 분위기에 편승한 과도한 요구로 사측과 갈등을 빚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낮은 배당을 개선하는 것은 좋지만 기업의 현실을 무시한 제안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다.
한솔그룹의 지주사인 한솔홀딩스의 소액주주가 모인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1월 회사를 상대로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주당 1만1,000원에 유상 소각(유상감자)하는 안과 보통주 1주당 250원의 현금배당, 독립성 있는 사내이사 1명 선임 등의 안건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2015년 지주사 한솔홀딩스 설립 이후 한솔제지의 실적 개선에도 (한솔홀딩스의) 주가가 순자산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소액주주연대가 추천한 사내이사는 이번 소액주주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김택환씨다. 김씨는 2015년 성창기업지주를 상대로도 소액주주 운동을 벌였고 이후 성창기업지주에서 3년간 감사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한솔홀딩스 측은 이 같은 제안이 과도하다고 반박한다. 회사 측 관계자는 “3% 유상감자와 주당 250원 현금배당을 모두 실행하면 24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차입금을 빼고 실질적 보유 현금인 218억원을 넘어서는 액수”라고 말했다. 250원 현금배당은 지난해 배당가능이익 자체가 없어서 주총 안건으로 올리지 못하게 됐지만 유상감자만 하더라도 136억원이 든다. 이 관계자는 “회사도 액면 감소방식의 무상감자를 실시해 향후 안정적인 배당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는데 (소액주주 측이) 반대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오는 26일 열리는 주총장에서 표 대결을 통해 양측의 명운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주주환원도 좋지만 투자 여력을 훼손할 수준의 환원이 과연 기업의 장기적 가치 제고에 어떤 도움을 줄지 큰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과도한 제안을 하는 소액주주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성창기업이 대표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 합쳐 수백억원이 필요한 배당과 유상감자 등을 요구해 결국 주총 표결에서 소액주주 측의 제안이 받아들여졌고 법원 가처분을 통해 일부만 무효로 돌리는 등 몇 년 동안 경영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요구에 무작정 끌려가기보다 반격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남양유업은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요구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측은 “합법적인 고배당 정책을 이용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연금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최대주주로서 51.68%의 지분을 가진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오히려 더 많은 배당금을 챙기게 된다는 의미다.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도 지난달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총 8조3,000억원의 배당을 요구했는데 이는 현대차 당기순이익의 3.5배, 현대모비스의 1.3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현대차는 “회사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 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