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변덕스러운 미국보다는 중국의 편에 서겠다”고 밝히며 지금까지 이어온 강경한 대중국 정책 기조에 변화를 암시했다.
8일 마하티르 총리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초강대국인 미국은 현재 매우 예측불가능하며, 이는 지역 내 작은 국가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은 하나의 전략으로서 어떠한 긍정적이거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며 “최대 교역 파트너(중국)를 다루는 데 있어 말레이시아는 외국을 좇지 않고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가깝고 거대한 시장으로서, 우리는 중국의 커지는 부에서 혜택을 보길 원한다”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중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치적 측면에서는 말레이시아가 중국의 권위주의적 정부에 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하티르 총리는 “화웨이가 스파이 행위에 연루됐다는 서방의 유언비어에 말레이시아가 휘둘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 화웨이의 부상을 막기 위한 미국과 그 동맹국의 견제에 대해서도 그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마하티르 총리의 이날 발언은 말레이시아의 대중국 정책 기조가 변화고 있다는 점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친중 성향의 전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마하티르 총리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프로젝트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중국과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들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해 유화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일대일로 참여국들은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프라 건설이 아닌, 생산적인 과정에 투자되는 돈을 받아들이는 것은 참여국의 주체적인 결정에 달린 일”이라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다음 달 25일부터 27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가할 뜻을 밝혔다.
그는 “중국이 일대일로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중국의 정책에 대한 말레이시아의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며 “우리는 지역 내 강국인 중국의 정책과 전략을 이해하고, 우리가 중국의 정책에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