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차별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합계의 7.5%에 이른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산했다.
OECD는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내놓은 ‘사회제도와 젠더 지수(SIGI) 2019 글로벌 리포트’에서 성차별이 가져오는 경제적 마이너스 효과 추산액이 세계적으로 연간 6조 달러(6천822조원 상당)에 이른다는 추계 결과를 제시했다.
이는 글로벌 GDP의 7.5%에 이르는 액수다.
‘유리 천장’을 비롯해 기업과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진입장벽과 차별이 여성의 능력이 발현되고 수용되는 경로를 막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OECD는 이날 함께 내놓은 ‘성 평등을 향하여 : 차별철폐, 실행, 리더십’ 보고서에서는 선진국에서도 남녀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인해 정책 수립과 예산집행이 비능률적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공공부문에서 여성의 고용비율이 절반이 넘는데도 정책 결정을 담당하는 고위직에는 여전히 여성의 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OECD는 덧붙였다.
OECD 회원국 의회 의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28%, 여성 각료 비율은 29%였다.
정치 부문에서 여성 진보의 선진국으로는 라트비아와 프랑스가 꼽혔다. 라트비아는 OECD의 2015년 공공부문 성 평등 권고 당시보다 여성 선출직 공직자의 비율이 갑절가량 늘어난 31%로 나타났고, 프랑스는 국회의원의 40%가 여성으로 집계됐다.
OECD는 아일랜드, 이탈리아, 멕시코, 스페인 등에서도 각료급 고위공직자의 3분의 2가 여성으로 채워지는 등 여성의 지위가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남녀 임금 격차는 13.6%였다. 한국은 남녀 임금 격차가 34.6%로 OECD 꼴찌였다.
OECD의 이번 SIGI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여성의 33%가 가정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폭력이 ‘특정한 상황에서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여성 설문응답자의 긍정 비율은 2012년 50%에서 작년 27%로 크게 낮아져 가정폭력에 대한 여성의 자각 수준도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사무총장 비서실장이자 젠더 이슈 담당 고위대표인 가브리엘라 라모스는 “성 평등이 긴급한 이슈라는 세계적인 자각에도 우리는 젠더 격차를 메우는 데 있어 지나치게 느리게 진보하고 있다. 일부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성 격차가 더 벌어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성 평등 정책의 입안과 집행을 보다 내실 있게 해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성도 강화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성 평등 달성에 앞으로 200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